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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가베스)

마트마타-타메즈렛 트래킹

by monsieur 2010. 12. 20.

타메즈렛(Tamezret)은 마트마타에서 서쪽으로 12km 떨어진 작은 마을이다. 마트마타가 유명하기 때문에 두즈에서 마트마타로 오는 길목에 있는 타메즈렛은 관광객들이 들러서 커피를 마시고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곳이다.

지난번 이곳을 방문해본 적이 있는데 괜찬은 인상을 받았고 그곳의 풍경을 더 자세히 구경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엔 산길을 따라 걸어서 가볼생각이다. 산이라고 해도 나무나 풀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길을 찾기도 쉽고 방향만 잡으면 잃을 염려도 없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아주 잠깐이었다. 마트마타 터미널에서 하루 두번 타메즈렛으로 가는 마을 버스가 있다. 시간도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세시 반에 출발하는 버스에 탈 수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서 작은 버스의 중간에 간이 의자를 펴고 겨우 사람이 다 탈 수 있었다. 자리가 모자라 서서가는 사람도 있어 타고 가기도 미안해 지는 상황이었다.
어째든 산속에서도 다시 산속길을 가는 기분을 느끼며 언덕을 넘어 한참을 달려서 타메즈렛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없는 높은 산속에 허허 벌판에서도 삐죽 높은 곳에 타메즈렛 마을이 위치하고 있다.  마을도 오래됐는지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에 오래된 집과 담들이 멋이 있다.

 

 

정류장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리고 버스는 다시 북쪽의 더 작은 산속마을인 토주트로 떠난다.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는데 한 여학생이 무거운 가방을 낑낑대고 들기에 대신 들어주겠다고 나섰다. 커다란 더플백이었는데 돌덩이를 가득 담았는지 50kg은 넘는것 같다. 허리가 부러지는 느낌이다. 덩치가 좀 있긴 하지만 젊은 여자가 들기에는 말도안되는 무게에 바퀴도 없는 데 어떻게 들고 왔는지 대단하다.
골목을 올라가서 집앞에 놓아주려다가 너무 무거워 집안에 놓아주려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에는 딸을 기다리는 부모님이 있었는데 인상좋게 차를 한 잔하고 가라고 하신다.

언덕비탈에 만들어진 집은 밖에서는 좁고 작아보이지만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안은 좀 넓었다. 티비를 보면서 화덕의 숯불에 차를 끓여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딸 하나밖에 없는데 지금은 스팍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가베스 대학관할이기는 해도 교통이 불편해서 가베스대학을 가나 스팍스 대학을 가나 학생입장에선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튀니지의 대학중에서도 스팍스 대학은 최고수준의 대학이니 공부도 아주 잘하는 학생인것 같다. 부모님의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타메즈렛을 구경하고 싶다고 물어보니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모스크의 까페는 저녁에만 열리니 돌아가는 차시간에 맞추기 어렵고 대신 언덕중간에 있는 박물관을 가보라고 권하신다.

 

 타메즈렛 전통박물관

집을 나와 좁은 골목길로 올라서니 우리나라의 달동네를 걷는 기분이다. 산위에서 내려오는 할아버지들에게 박물관을 여쭤보니 바로 옆에있는 박물관을 친절히 알려주신다.
박물관은 그냥 전통 집에 살던 사람이 혼자서 꾸민 개인 박물관과 같은 곳이다. 마트마타의 전통박물관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차 싶었지만 생각보다는 괜찬았다. 튀니지의 여타 박물관 못지 않게 인형도 설치하고 결혼식 풍습이나 이곳의 생활상을 알 수 있었다.

전에 얼핏 들었는데 이곳 산속에 살게 된 이유가 이슬람의 세력확장으로 박해를 피한 기독교인들이란것도 확실해 졌고 파트마의 손이라고 우기던 손과 물고기 두마리도 기독교의 십계나 오병이어에서 나온 것이란걸 확인할 수 있었다. 뭐 다르지도 않고 구분할 필요도 없지만 이슬람의 입장에서 물고기 꼬리가 초승달모양이라던지 이슬람 5계율을 상징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기원은 역시 더 오래된 종교인 기독교에서 나온 것이다.

 

 

튀니지에선 수세기 동안 기독교가 지배하고 있었고 로마의 기독교 세력은 스베이틀라로 수도를 옮겨가며 끝까지 저항할 정도로 이슬람 세력과는 배척관계에 있었다. 어떤학자는 북아프리카의 이슬람이 귀족에만 퍼져있던 기독교와 달리 서민에게 별 저항없이 자연스럽게 전파되었다고 하는데 타메즈렛의 경우만 봐도 이는 틀린말 같다.
땅속을 파서 만든 타메즈렛의 집들은 거의 서로 연결되어있거나 최소한 구멍을 뚫어서 다른 집의 말이 전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연기도 집안에서 최대한 머물다가 나가도록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적이 공격하면 서로 알려주고 연기로 위치가 노출되는 것을 막고자 한것이다. 베르베르족이 도적을 피하기 위해서 공동창고와 주택을 만든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산에 숨어산 터키의 카파도키아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마트마타와 주변의 산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땅속에 살아서 키가 작고 베르베르인들과 달리 파란눈에 금발도 많다. 하기야 1400년에 가까운 세월을 좁은 땅속 집에서 숨어살다시피 살아왔으니 이 또한 당연한 결과인것 같다.

박물관을 운영하는 사람은 지금도 집을 다듬고 낡은 맥킨토시까지 설치해 이제는 잊혀진 베르베르 문자와 언어를 연구하고 있었다. 입장료가 없는대신 일일이 설명해 준데에 대한 보답으로 5디나르(5천원)를 주고 베르베르어로 된 노래가 담겼다는 CD를 받았다. CD에는 아이들이 노래한 동요가 녹음되어있는데 별 의미는 없어 보인다.
타메즈렛에서 마트마타로 가는 마지막 시간인 다섯시 반이 다 되었기 때문에 서둘러 길로 내려와 버스를 탔다.

 

 마트마타-타메즈렛 트래킹

구경은 잘했지만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트마타 주변의 산을 더 자세히 보기위해서 마트마타에서 타메즈렛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마트마타에서 타메즈렛으로 난 도로를 따라 걸어도 3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조금 일찍 길을 나서야 한다.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내려서 군부대가 있는 길쪽으로 올라갔다. 마트마타산에 올라가서 봤던 어렴풋한 길을 따라 가볼 참이다.

 


 

호텔 마트마타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좁은 길로 올라서니 뚜렷하게 서쪽 언덕으로 난 길이 나온다. 길을 따라 산으로 오르니 외딴집에서 꼬마 남매가 뛰어나온다. 집을 구경하고 가라고 떠듬떠듬 불어로 말한다. 내가 손을 저으니 그럼 1디나르만 달라고 한다.

집뒤로는 마트마타마을의 경계가 되는 언덕이다. 사람들이 걸어서 올랐는지 길이 여러갈래로 나눠져 있고 언덕위에 올라서니 마트마타 마을이 잘 보이고 마트마타 산도 정면으로 잘 보인다. 서쪽으로는 또다른 풍경이 시작된다. 사람이 사는것으로 보이는 외딴집들도 멀리 보이고 반대편에서 올라왔는지 길도 있고 끝없이 산들도 이어진다. 길을 따라가지만 방향은 서북서로 향한다. 나침반도 있지만 해가 떠 있고 길들이 계속 이리저리 이어져 있어서 길만 잘 선택해서 가면 타메즈렛에 닿을것 같다.

 

 

산을 완전히 넘어서 내려오니 뚜렷한 길과 파란 초원이 나온다. 외딴집에서는 연기가 피고 버려진 땅속집들도 간간이 나온다. 비가 내려서 땅이 파인게 그대로 노출이 되어서 특이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산에 풀과 나무가 적기 때문에 지형이 빨리 변하고 관리가 안된 집들은 이런 침식작용에 견디기 힘들것이다. 집안마당에 심어진 자두나무와 야자수가 최근까지도 이곳에 사람이 살았음을 알려준다.
남서쪽 아래쪽으로 길이 나 있는데 여길 내려서면 사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작은 마을이 나올 것이다.

길을 거슬러 직선으로 산을 올라서 넘는다. 다시 언덕을 하나 넘자 뚜렷한 길이 다시나온다. 물에 의해 침식된 좁은 길에는 낙타의 발자국과 배설물이 보였는데 마트마타 주변을 트래킹하는 낙타들일것이다. 특이하고 낮선 경관이어서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을것 같다. 이길은 북쪽으로 이어지는데 아마 타메즈렛으로 가는 포장도로의 중간으로 연결될것이다. 이길로 가면 안되니 서쪽으로 다시 산을 오른다.

 

 

 

멀리서 손을 흔들며 양치기들이 지나간다. 외딴곳에서 만난 사람들이라 좀 걱정이 되지만 멀리 있어서 손을 흔들면서 빠르게 길을 간다. 길도 없고 돌들이 무너지고 있어 조금 위험하지만 거친 식물들이 없고 중간중간 지표가 될만한 길이나 봉우리들이 보여서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골짜기 마다 둑을 쌓아서 야자수도 심고 올리브 도 심어놓았다. 아무도 없을 같은 길에서 약초를 캐는 청년 둘이 지나간다. 청년들도 당황했는지 인사는 안하고 눈짓만하고 지나간다.

 

 

다시 봉우리를 하나 오르자 북서쪽에 산정상에 건물잔해가 보인다. 한 시간 좀 넘게 걸었으니 일단 그곳까지 가면 전체구간의 절반쯤될것 같다. 가파른 언덕을 내려 잘 나있는 길을 따라 조금 오르다가 다시 산능선길로 들어서 건물잔해가 있는 봉우리로 오른다.

능선에 올라서니 서쪽 바로 아래에 외딴집이 있다. 점점 뚜렷해지는 능선길로 걷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커다란 하얀개가 맹렬하게 짖으며 쫒아온다. 아마 외딴집에 있는 양치기개일것이다. 개를 무서워하진 않아도 두려움이 없는 양치기개들은 걱정된다. 물릴것도 문제고 다치게 해도 문제니 돌을 집어들고 던지는 시늉을 했다. 보통 튀니지의 개들은 돌던지는 시늉만해도 도망가거나 멈칫하는데 이개는 그런 기색이 없다.
지난번 곰라센에서 새끼들을 보호하려던 개들보다 큰 덩치라서 더 위협적이다. 계속 달려드는 개보다 훨씬 빨리 뛰어서 언덕위로 올라간 다음 연속으로 돌을 던졌다. 계속 짖으며 쫒아오던 개는 다리에 돌을 맞자 놀라서 도망간다. 안심이 되서 다시 산으로 오르는데 잠깐 사이에 내가 있던 봉우리까지 올라와 또 짖는다. 이번엔 정말 안되겠다 싶어 주먹만한 큰 돌을 집어서 던졌다. 큰 돌에 놀랐는지 개는 줄행랑을 치며 가파른 언덕을 구르듯 내려간다.

 

튀니스에서 본 개들은 꼬리를 감추고 주눅이 들어서 아이들이 발로차고 돌을 던져도 이리저리 피할뿐이었지만 시골의 개들은 양을 지키는 임무를 띠고 있어서인지 적극적으로 사람을 공격하려고 한다.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개는 싫어하는 아랍사람들이지만 험하고 외딴곳에서는 저런 공격적인 개들이  필요할 것이다. 외딴곳을 다니려면 보호할 수단이나 던져줄 먹을것이라도 가지고 다녀야 할것이다.

 

 

언덕위의 건물 잔해는 주변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멀리 타메즈렛의 하얀 집들도 보이고 낮은지대의 모래사막도 눈에 들어온다. 작은 봉우리들이지만 열 대여섯개의 봉우리를 넘어서 좀 지친다 싶었는데 멀찍이 산정상을 따라서 지프차도 다녔을 길이 보인다. 아마 타메즈렛으로 향할것이다. 가파른 길을 직선으로 내려서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역시 길은 타메즈렛으로 가는 길이 맞는듯 북쪽으로 향하고 마침내 멀리 타메즈렛이 뚜렷이 보인다. 은근히 먼길이다. 벌써 세시간을 넘게 걸었는데 빤히 보이는 곳까지는 한시간은 더 걸어야 될것이다.

거의 다 왔다 싶은 무렵이 되자 길에 바퀴자국이 뚜렸하고 비씨클렛을 타고온 포수 둘이 보인다. 자루에 가득 새들을 잡았다. 총을 보유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잘 보기 힘든 새를 잡는건 더 허가받기 힘들것이다. 용기를 내어 자루를 열어본것에 만족하고 궁금한것을 참고 인사만 하고 헤어진다.

 

타메즈렛 근처에 오자 올리브밭에서 사람들이 올리브를 따고 있다. 이제부터는 길도 포장되고 집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주 도로에 올라서니 타메즈렛의 집들이 더 멋있어 보인다. 산 정상에 S자를 그리며 나있는 도로나 점점이 떠있는 구름도 멋진 경치를 만들어 낸다.
비슷해 보이는 산이지만 길마다 지역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좋은 코스인것 같다. 두즈쪽으로 해지는 풍경도 좋을것 같다.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류장의 위치가 달라졌다고 한다. 전에는 마을을 돌아서 토주트로 갔는데 지금은 갈림길에서 바로 토주트로 간다고 한다.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서 두즈쪽의 까페로 가는 것은 포기했다. 뭐 그리 중요한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아쉽다. 지나가던 승용차에서 사람들이 좋은 까페가 있냐고 물어봐서 그쪽으로 가보라고 알려줬는데 정작 난 걷기에 멀어서 못가보다니..

 

서둘러 갈림길로 걸어왔더니 시간도 바뀌어서 30분 이상을 기다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나갔다던 버스는 토주트쪽에서 오지 않고 마트마타에서 이제 막 오는 길이다. 버스기사는 그냥 타라고 한다. 친절한 기사덕분에 차안이지만 토주트 마을을 구경할 수 있었다. 타메즈렛 북쪽의 좁은 마을길을 통과한 버스는 위험해 보이는 좁은 길을 내려가 다시 높은곳에 있는 토주트 마을로 올라간다. 마을 입구에는 공동묘지가 있어 인상적이다. 토주트는 훨씬 낡고 오래된 마을같아 보인다. 토주안이나 티지마등 마트마타 주변 마을을 더 둘러보았지만 크게 다르진 않다.

 


개발이 인간성을 황폐화시킬수도 있지만 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외국에서 마트마타의 땅속 집이 좋다고 이곳에서 살겠다고 온 사람들도 불편한 점은 모두 외면하고 좋은점만 취하겠다고 하는 것같아 좋아보이지 않는다.

마트마타의 땅속집들은 추위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땅속을 파서 집을 지은것도 아니고 숨기위해 땅속을 판건 더더욱 아니란 생각이다. 숨었다고 보기엔 너무 잘보인다. 지형적으로 흙이 견고하게 퇴적된 지형이고 돌이나 나무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곳이어서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땅을 파고 집을 짓게된 것일 것이다. 불라레지아의 로마인들도 땅속에 집을 짓고 별장으로 사용했으니 뛰어나거나 새로운 기술도 아니고 흙으로 집을 짓는 베르베르족을 봤다면 흙이란 소재는 특이할 것도 없어 보인다. 언덕위에 돌로 만든 집이 가득한 마을과 무너져 사람이 살지 못하는 마트마타 주변의 집들을 본 이번 여정에서 마트마타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