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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가베스)

[토주안]마트마타속의 전통마을

by monsieur 2011. 3. 7.

마트마타 주변에는 여러 작은 마을이 있다. 산속에 작은 마을이라고 생각했던 마트마타가 지금은 주변 마을로 통하는 입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란걸 알게 되었다.
베니 아이사, 타메즈렛과 토주트는 1~2회 마을 버스가 왕복하고 남쪽의 테친까지는 하루 2회 버스가 왕복하고,
오전 10시에는 제르바로 가는 버스까지 있다.

 

마트마타에서 토주안까지는 27km로 먼길이다. 또 대중교통도 없다. 가베스에서 메데닌의 중간에 위치한 마레스에서 루아지가 있을법도 하지만 워낙 산속의 외딴 마을이라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따라서 마트마타 터미널에서 호객하는 사람들의 차를 타고 토주안을 다녀오는 방법이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몇 번 안면을 텃기때문에 익숙한 마트마타의 호객군에게 토주안을 갈 것을 요청했더니 15디나르를 부른다. 비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다떨어진 차를 타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마트마타를 벗어난 승용차에는 토주안에 처음 가보는 가이드 후보까지 타고 있다.

 


산위를 롤러코스터 타듯 지나가면서 방목하는 양떼와 산속의 외딴집과 색다른 지형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을 즈음 경치 좋은 곳이라며 승용차를 멈춘다. 마레스와 가베스만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도로변의 전망대와 같은 곳이다. 도로 바로 아래는 절벽이어서 마트마타의 지형이 융기되어 만들어 졌음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마르코 폴로 지도에도 이곳은 전망 좋은 도로에 전망좋은 곳이란 표시가 있다.

 

토주안 마을 입구는 기암으로 이루어진 신기한 곳이다. 심하게 굴곡진 도로를 올라가서 가파른 길을 내려서면 도로 옆에 솟아있는 바위들이 문처럼 늘어선 또다른 풍경이 나온다. 토주안마을이 잘 보이는 곳에서 마트마타 산과 같이 생긴 바위산 아래에 자리잡은 마을사진을 찍는다. 오른쪽에 연기가 나는 곳에는 물이 나오는 곳이라고 하는데 물맛이 좋아서 멀리 산아래에서도 물을 뜨러 온다고 한다.

 

 

토주안에 도착해서는 마트마타에서 온 승용차는 구경할 동안 기다리겠다고 하는데 그냥 보냈다. 알아서 가겠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사실 대책은 없다. 생각보단 큰 마을이니 루아지가 산아래까지 운행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마을가운데 있는 까페에 들렀다. 제법 관광객도 들르는지 신경을 쓴 곳이다. 커피를 한 잔 하고 까페주인이 안내하는 까페옆의 올리브 기름 짜던 곳을 보고 주인이 소개하는 양탄자도 구경했다. 튀니지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양탄자지만 이곳 제품이 좋고 저렴하다고 한다.
그 보다 이곳을 나가는 교통 수단을 물어보았다. 양탄자를 구매하지 않아서 일까 젊은 주인은 애매한 대답으로 얼버무린다.

 

 

마을을 구경할 겸 밖을 나왔다. 한눈에 봐도 오래된 마을이고 허물어져 가는 마을이고 무엇보다 산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곳이라 경치가 좋다. 산쪽에 물을 뜨는 곳이 있지만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들이 마을 가운데 있는 우물에서 물을 뜬다. 물통에 매달린 줄을 이마에 걸고 지어 나르는 모습이 언젠가 본 남쪽 아프리카의 모습같다. 양떼를 몰고가는 어린 아이는 눈이 풀린 것이 이곳 청년들이 흔히 하는 마약성분이 있는 풀을 씹고 있는것 같다. 여덟 아홉 살 정도밖에 안되어보이는데 벌써 세상을 다 겪은 눈빛이다.

 

 

집 안에 양과 염소와 닭을 같이 키우고 있다. 이곳에 비하면 마트마타는 가짜 전통 마을이라고 불러야 할것이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양과 염소 새끼들이 너무 귀엽다. 어린양과 염소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헛갈리지만 어째든 참 귀여운 동물들이고 고마운 동물들이다.
어떻게 이런 귀여운 어린 양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서 요리하고 쪽쪽 빨어서 먹는지 모르겠다.

 

 

지나며 사진을 찍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교통편을 물었지만 이곳을 나가는 교통편은 역시 점심시간에 모두 끊겼다. 구경도 좋지만 벌써 해가 넘어가려고 하고 걸어서 산을 내려간다면 세시간은 넘게 걸릴것이다. 가까운 마을도 산길로 6km이고 마레스까지는 24km나 된다. 마을을 가로질러 최대한 구경을 하면서 산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간다.


마을 끝에 다다르자 승용차가 보이고 그 앞 공터에서 귀여운 어린 낙타가 풀을 씹고 있다. 이런 낙타는 관광객을 위한 것일 것이다. 이곳에 낙타가 왜 필요하겠는가.
집안에 인기척을 하고 주인에게 이곳을 빠져나가는 교통편을 물었다. 주인은 대학 수학교수인데 방학중에 집에 와 있는 것이라고 한다. 승용차로 마트마타까지는 20디나르 마레스까지는 17디나르는 줘야 한다고 한다. 아니면 이곳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라고 한다.

전통음식과 커피와 별빛과 마레스의 야경까지 볼수 있겠지만 겨울이어서 날이 너무 춥고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마레스까지 가기로 했다. 가파른 산길을 한참을 돌아 평지에 도착해서도 시골길을 한참을 달리니 마을이 나온다. 걸어서 내려왔으면 교통편이 있는 곳까지만 4시간 이상 걸렸을 것이다. 실제 거리도 마레스까지 29킬로미터나 된다고 한다.

 

교수아저씨는 백마가 밭을 갈고 있는 곳에서 낙타를 위한 풀을 한 더미 산다. 아마 마레스에 들르는 김에 빵과 먹을것도 살 것이다. 다음에 방문할 때 전화를 주면 토주안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산길을 따라서 따따윈까지 관광하는 멋진 코스를 안내해 준다고하면서 명함대신에 전화번호가 적힌 도장을 찍어준다.

 

 

 

 

불편한 교통때문에 마음졸이긴 했지만 마트마타 주변 산과 토주안 마을을 구경한 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륜구동차를 타고온 패키지 관광객들이라면 지나가면서 사진 한 장 찍고 내려갈 마을이지만 이곳에 괜찬은 시설을 갖춘 호텔이나 까페가 하나라도 있거나 이곳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어 유명해 졌다면 따따윈의 마을 못지 않게 알려졌을 것이다. 이곳이 따따윈의 시니니나 두이렛, 괴르메사보다 못한게 아니라 그런 곳보다 덜 개발되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토주안이라고 표기했지만 아랍어로는 뚜제느, 불어로는 뚜잔이나 뚜잔느 라서 투젠이나 투잔 정도로 표기하는 것이 맞겠지만 발음상으로는 뚜-좐- 이라고 하는것이 더 비슷한것 같다. 기억하기 쉽고 발음하기 편하게 또주안이라고 기억한 것을 따라서 토주안이라고 표기하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