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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가베스)

가베스 지중해변에서 달리기

by monsieur 2010. 11. 30.

하라 사막 마라톤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여건상 어렵고 지중해변을 뛰어 보기로 했다.
사실 지중해변을 뛰는 모습은 잠깐 꿈꾸기도 했지만 이곳(가베스)에 오게되면서 완전히 사라졌던 그림이다.
낮에는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밤에는 해변에서 불어오는 굵은 모래가 늘 이리저리 길거리에 뒹구는 이곳에서
달리기를 생각하는건 별로 유쾌하지 않다. 어쩌다 한 번 달리는 도전이 아니고 그냥 건강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몇 개월 전에 오아시스 안에 있는 운동 클럽을 다닐때 저녁시간 이지만 해변과 오아시스 안을 뛰어본 적은 있다.
그때도 모래먼지와 오아시스 안에 사는 사람들이 밥할 때 떼는 나무연기 때문에 몸에는 좋지 않다고 사람들이 말하곤 했다.
여기 물과 마찬가지로 외지인은 오래 있으면 폐가 손상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의사였고 나도 몇 년 지났지만 요로결석이 생겼었다.)
또 해변에서 보이는 튀니지 최대규모의 화학단지는 말할것도 없다.
하지만 이제 2달 쯤이면 이곳을 떠나야한다는 생각이 문득 해변을 달리고 싶게 만들었다.


집에서 출발해서 긴 가베스의 해안을 따라 달려 왕복하는 코스는 왕복 약 16km로 매일 달리기에는 좀 벅차기는 하지만 이틀에 한 번씩 딱 열 번만 달리기로 정했다.
6월에 접어들면서 날씨는 그야말로 불볕더위다.
해가 뜨자마자 올라가는 기온은 금방 40도를 넘기고 해변이라 습도도 높아 그런지 숨이 턱턱 막힌다.
튀니지 남부에서는 여름 3달간은 공공기관은 오전 근무 만 한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오후 다섯시에 한 시간 더 문을 연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도 더운것은 더운것 이리라.

조용한 시내에서 에어컨이 나오는 우체국은 남녀할 것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가장 북적이는 곳이다.

여자들이 활동하기 힘든곳이지만 이곳에서 친했던 여교수 가족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나도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조차 없는 옥탑방에 살고 있어서 여름은 너무 힘들다.
낮에는 자고 밤을 완전히 세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적응이 잘 안된다.
그래서 해뜨기 전쯤 달리기를 시작해서 해변에서 일출을 본 후 되돌아와서 낮시간 동안 잠을 자는 계획을 세웠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집에서 날이 밝아오면 조용하게 준비를 하고 현관을 나선다.
여름철이면 거의 매일 밤 결혼식으로 떠들썩했던 동네가 새벽 두 세시 무렵이면 고요해진다.
아주 이른시간도 아니고 사위도 완전히 틔였지만 시내 한 복판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
낮의 뜨거운 열기를 품은 집에서 잠자기 힘들어 메트리스를 길 한복판에 깔고 잠을 자는 사람들도 간간이 있어 조용하게 시내를 뛰어 벗어난다.
부지런한 빵가게 점원이 청소를 하고 금기시되어있는 술창고도 이때 작업을 하고 있다.
해변에 들어서면 먼저 뛰기에 최적인 딱딱한 모래가 푸른 지중해 바다와 함께 사람들을 반겨준다.
운동부로 보이는듯한 여학생들과 관광객이 분명한 금발의 장년이 뛰고 있다.
서로 눈인사를 하며 해변을 뛰다보면 밤새 강한 폭풍에 쓸려온 온갖생물들이 해변에 폭탄처럼 널려있다.
젤리피쉬나 해초류는 양반이고 정체모를 생물이나 심지어 커다란 바다거북도 죽어있다.
또 크진 않아도 날렵한 중간사이즈의 개들도 몇마리가 모여다닌다.
이곳 개들은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해서 그런지 조금은 주눅이 들었고 공격적이니 조심해야 한다.


해변의 거의 끝까지 오면 사람의 흔적이 없어지고 와디가 해변을 끊어놓고 있어 더이상 진행할 수 없고 모래에 발이 빠진다.
해변을 따라 난 길로 올라가서 이제 떠오르기 시작하는 해를 감상한다.
이곳에선 봄가을 일부만 빼곤 거의 매일 맑기 때문에 일출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그래도 몇차례 못본게 일출인데 달리기를 하면서 이곳의 일출을 본것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일이다.
나중에 언젠가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이런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다시 하고 싶을 것이다.

해변근처의 길에는 트럭들이 많이 세워져 있는데 거의 모든 차안에는 기사들이 자고 있다.
장거리 배송을 하면서 숙박비라도 아껴야 하는 입장일 것이다.
전에 헤이드라에 방문할때 만났던 전 트럭 운전기사가 생각났다.
튀니지에서는 트럭 운전기사가 임금을 많이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 기사는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서 다쳤는데 보상은 커녕 직장을 그만둬야 해서 고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해변으로 들어가 뛰어서 집으로 간다.


해변에는 아까보다 많은 사람(그래봐야 대여섯명이지만)이 뛰고있고 거리의 가게들도 하나 둘씩 문을 열고 있다.
이곳에선 아침에 빵을 사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해뜨기 전에 열었던 빵집은 벌써 빵이 다 떨어졌다.


저녁이면 몇몇 운동클럽에서 시가지와 오아시스를 뛰며 단체로 운동을 하는데 개중에는 여성들만 모인 클럽도 있다.
유럽이 가까워서 그런지 아직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써킷 트레이닝이나 필라테스가 이곳에선 당연한 것이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편이다.
약 1년을 살아보니 부자들만 살찌는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데 에어컨과 히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살이 붙어있을 여유가 있겠지만 추운 겨울과 두 달의 여름을 겪어보니 생존의 문제에서 살이 있고 없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추천) 해변에 간다면 오아시스 호텔이나 샴스 호텔을 이용하겠지만 항구 근처의 프리드 메르 식당을 이용하길 바랍니다.

프리드 메르(바다의 과일)는 오징어를 뜻하는 불어인데 오징어 요리뿐 아니라 어떤 요리를 시켜도(뿔레 그리에 등) 괜찬습니다.

현지인도 즐겨 찾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