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남부에 있다 보니 남들이 가지 않는 곳도 가고 싶어졌다.
지도를 펴고 남부에서 갈만한 곳을 살펴보니 주로 따따윈과 메데닌 주변의 베르베르 창고와 주거지고 유명한 곳 이외에는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곳이다. 그중 눈에 띈 곳이 제르바 섬으로 둘러싸인 부그라라만 안쪽에 기흐티스(Gigthis) 유적지다.
부그라라(Boughrara)만이란 이름도 기흐티스 유적이 있는 동네인 부그라라에서 따왔고 주변에서는 큰 공업지역이라서 항구도 있고 군용비행장도 있으니 대중교통(루아지)도 있을것이다. 게다가 메데닌에서 제르바 선착장인 조르프(Jorf)로 가는 중간에 있으니 여의치 않으면 조르프로 가는 루아지에서 중간에 내리면 될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은 이미 사진이나 설명이 잘 되어있지만 그렇지 않은곳은 사진한장 구하기도 힘든게 튀니지다. 구글어스를 찾아보니 사진이 단 두 장 있다. 모래에 묻힌 모자이크 사진이다.
사하라의 모래에 묻혀 사라져 가는 로마의 유적을 보기위해 출발한다.
부그라라로 가려면 메데닌의 루아지 터미널을 찾아야 한다. 메데닌 시가의 입구에 있는 루아지와 버스 터미널에서 물어물어 시가 복판에 있는 크사르 메데닌 앞의 루아지 정류장을 찾아갔다. 중간에 루아지 정류장이 두 개 더 있는데 서북쪽으로 가는 근교루아지를 이용할때와 제르바등 중거리를 이동할때의 루아지 정류장이 별도로 있다. 메데닌에는 루아지 정류장이 네 곳이 있는 셈이다.
한 열 번은 물어서 와디의 가운데 서있는 루아지를 타고나니 뭔가 해낸듯 뿌듯하다. 메데닌 가운데를 흘렀던 개천이 만든 낮은 지대는 평소에는 거의 물이 흐르지 않아 노점이 열리고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이런곳에서 겨울에 비가 많이 오면 강으로 변해서 인명피해가 나기도 한다.
40분을 더 기다려서 장을 봐온 사람들과 같이 출발했는데 루아지 기사를 비롯 승객들이 거의 불어를 할줄 모른다. 잘안되는 아랍어로 '아나 민 꾸리아', '아나 누스꾼 피 투니스', '님쉬 릴 기흐티스' 하다가 간단한 질문에는 불어로 대답했다. 그나마 연세 많은 노인 한분은 불어를 잘못해도 알아들을 수는 있는것 같았다. 한 쪽 팔이 없는 불량스런 청년과 어린 동생은 계속 나에게 질문을 해 대고 난 불어로 아는한 대답을 하다보니 어느새 유적지에 다다랐다.
루아지를 모는 청년은 내려서 문을 열어주고(문이 밖에서만 열리기 때문에) 기흐티스의 담 옆으로 난 길로 가라고 알려준다.
기흐티스 유적지는 사무실은 있지만 운영은 안되고 있다. 그래도 관리소가 있을 정도면 튀니지에서는 꽤 가치가 있는 유적일 것이다.
담 앞에는 주거지를 복원하는 중이다. 아니 복원하다가 말았다고 해야 할 것같다. 로마 초기의 주거지인듯 정교하지 못하고 돌들은 바람과 바닷물에 풍화된듯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멀리 신전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올리브밭이다. 주변이 새로 파해쳐진것으로 봐서 이곳도 근간에 언덕이었던 곳을 파서 주거지를 발굴했나보다.
신전쪽으로 걸어가 본다. 신전쪽은 유적이 많이 밀집해 있다. 목욕탕도 보이고 남쪽으로 잔해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신전의 기둥은 2단짜리가 하나도 없고 돌들은 사방에 흩어져 있다. 신전 정문이었을 아치는 누군가 바닥에 가지런히 맞추다 말았고 기둥들은 여기저기 굴려놓아서 이제 복원을 시작하려는것 같았다. 워낙 많은 돌들이 놓여있어서 잘만 맞추면 괜찬은 모양이 나올것 같은데 이대로 두면 사람들이 다 집어갈지도 모르겠다.
이곳의 특이한 점은 색이 다양한 것이다. 노란색의 바닥과 빨간색의 돌 검은색의 돌등 다양한 색을 보이는데 만들 당시도 노란색과 빨간색을 이용해서 문양을 만들었다. 2세기경에 건설된 도시라고 하는 안내판을 보니 로마시대에도 상당히 일찍부터 발달한 곳이었던것 같다. 제르바섬에 둘러쌓여 안전한 이곳에 항구를 짓고 동쪽을 향한 신전을 지어 안전을 기원했을 것이다.
신전앞의 포럼 아래에는 주거지와 상점으로 사용됐을 터가 나오는데 이곳에 사진에서 본 모래에 묻힌 모자이크가 있다.
이 모자이크때문에 이곳을 찾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상상했던것 보다는 감흥이 떨어진다. 바다모래와 사막의 모래에 덮인것은 맞지만 이 유적이 모래바람에 하루 아침에 묻힌것이 아니라 여타 유적처럼 오랜 세월 땅속에 있던 유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쪽에 평평한 소금호수처럼 보이는 곳이 더 나를 기쁘게 했다. 토저에 갔을 때에도 지나면서 잠깐 본 소금호수 쇼트엘 제리드나 따따윈에서 제르바를 갔을 때 본 소금호수보다 훨씬 떨어지지만 겨울철이 아니어서 물기없는 소금만 있는 호수를 볼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다.
바다에 접해 있지만 완전한 평지에 소금기로 희끗희끗한 소금호수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바다쪽에는 소철 나무를 심어놓아서 가로수처럼 보이는데 부그라라 항구쪽에서 이쪽으로 길이 나있는지 승용차를 타고 온 사람들도 있고 간간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기도 한다. 멀리 보이는 호수의 끝에는 하얀 건물이 보여서 그곳을 향해 걸어보았다. 바다는 아주 잔잔했고 이런 평평한 지형도 자연적으로 생긴것이지만 물이 넘어와서 소금호수처럼 보인것이다. 연육교가 설치된 제르바 남쪽에선 진짜 소금덩이가 두꺼운 소금호수를 지나가면서 봤는데 이곳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
단단한 땅이어서 누군가 자동차 바퀴로 그림을 그린듯 동심원을 그려놓았고 불을 피우거나 방금지나간듯한 흔적도 보인다.
그래도 소금호수라고 이름을 붙여도 좋을 것 같은 곳이다. 카메라가 좋고 각도가 좋다면 하얀 소금을 잘 드러나게 찍을 수 있을텐데.. 사진보다는 소금이 더 많고 발을 옮길 때마다 저벅저벅하는 소금밟는 소리가 난다.
강한 해와 반사되는 소금의 빛을 따라 한 참을 걸었더니 멍한 기분이 든다. 바다에선 해초가 밀려와 파도를 줄여주고 있지만 지저분해 보이고 더 다른 경치가 없어보였기 때문에 발걸음을 돌렸다.
바다에 위치한 유적지도 보고 소금호수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앞으로 유적만 잘 복원해 놓는다면 괜찬은 볼 곳으로 알려질 것 같다. 하지만 성미는 급하지만 일은 느린 사람들이니 괜찬은 상태까지로의 복원도 얼마나 걸릴지 가늠이 어렵다. 그전에 모래에 더 많이 파묻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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