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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유적

로마수도교와 물의신전

by monsieur 2010. 12. 23.

로마의 수도교는 세고비아의 수도교나 프랑스 남부 님스의 3층 구조로된 수도교 밖에는 몰랐었다.
하지만 튀니지의 수도교는 로마시대에도 가장 긴 수도교였고 지금도 20킬로미터가 넘게 남은 세계최고의 수도교라고 한다. 누군가는 세계8대 불가사의라고 할정도로 굉장한 유물이다.

 

 자구안 물의 신전(Temple des Eaux) 
자구안의 물의 신전에 방문했을때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카르타고에서 128킬로 떨어진 높이 284미터의 낮은 곳에서 건축기술의 힘으로 물을 흘려 보냈다는 것이 상상을 초월한다. 경사로 따지면 거의 영에 가까운데 오늘날의 건축기술로도 어렵다고 한다니 불가사의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거대한 수도교를 수 백 킬로미터나 만든것이다. 지나가면서 본 수도교의 한 부분은 마치 개선문처럼 거대했고 튀니스에서 가까이본 수도교도 정교하고 높아서 2천년 전에 만들어 졌다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자구안은 대중교통으로 방문한 것이 아니었지만 지나면서 본 느낌으로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고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었다. 물의 신전을 산위에 잘 꾸며놓았지만 아직 개발중이고 시가지에서도  관광지에선 흔한 기념품 가게도 볼 수 없었다.  튀니지에서도 가장 작은 주의 주도라고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시골마을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지나가면서 잠깐 물의 신전을 본것이 관광객이 느낀 자구안의 전부다.

 

오히려 기억에 남는 건 신전 입구에 있는 대형 간판에 있는 벤알리 대통령의 사진이다.

누군가는 사진을 보자마자 '해리포터!' 라고 했는데 절대권력을 가진 독재자지만 사진이 너무 많아서인지 TV에 나올때면 괜히 친근하고 매력적인 미소를 가진 아저씨같다. 뉴스를 보니 2009년에도 89.6%의 득표율로 5선에 성공해서 22년째 집권하고 있는데 5년 임기가 끝나면 스스로 정한 75세 상한선에 걸려서 자동으로 출마할 수 없게 된다. 31년을 대통령직에 있던 부르기바를 노령이라는 이유로 84세에 밀어내고 권력을 잡았는데 이제 27년간 78세까지 권력을 유지하게되니 대단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니스에서 멀지않은 모하메디아의 도로변에 잘 남아있는 수도교를 보고 우드나 유적까지 보면 좋은 코스가 될 것같아서 계획했었는데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이기 때문에 모하메디아에 가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 쉽겠지만 가깝다고 미룬것도 있고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에 택시를 대절하는 것을 꺼린 탓도 있다. 지나고 보니 조금 후회되는 부분이다.

대신 가까운 튀니스의 시가에 있는 수도교를 찾아보았다.

 

 

 

 튀니스의 로마 수도교 
지상 전차인 메트로를 타고 지나갈때 시가지에서 보았던 수도교가 눈에 선해서 대충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 보려고 나섰다. 밥사둔 역 근처에서 보았기 때문에 일단 잘아는 밥사둔터미널로 간 다음 걷기 시작했다. 작은 공원을 지나 철로를 따라 조금 걸으니 바로 높다란 수도교의 잔해가 보인다.

밥사둔 한 정거장 다음 역인 부추차역(Bouchoucha)에서 수도교가 시작하는것 처럼 북쪽으로는 수도교가 향하고 있다. 남쪽으로는 역근처에 교각 하나만 남긴채 흔적이 사라진다. 길을 돌아서 수도교가 향한 북쪽 방향으로 가자 엄청난 높이의 구조물 윗부분에 제비들이 무리지어 날고 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육중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랫 부분의 커다란 돌덩어리는 세월의 흔적으로 손상은 되었지만 견고한 느낌을 주고 아치는 정교하고 기계적인 느낌으로 연속된다.

20미터는 넘어보이는 높은 교각을 세운것도 신기한데 그 위에 물이 흐르는 구조를 만들었다는건 더욱 신기하다. 물이 흐르도록 아래의 지형이 변해도 위쪽은 일정한 높이로 차츰 낮아지는 구조를 가져야 하는데 고대에 그런 측량이 가능했을까?

길을 따라 수도교를 따라 진행해 본다. 

 

 

로에 끊긴 수도교는 도로를 기점으로 방향을 틀어서 더 한적한 주택가로 들어서고 높이는 눈에띄게 낮아진다.
다시한번 꺾이는 부분은 곧무너질듯 위태롭고 아치부분의 흙은 떨어져 나가 아치를 위해 켜켜이 쌓은 판판한 돌들이 드러나있다.
수도교가 끝나는 곳에서는 더욱 훼손이 심해서 아치를 막아서 담의 일부로 사용하고 있고 담벼락의 구석은 쓰레기를 모아놓는 자리로 사용되고 있다. 너무 흔한 유적이라서 이렇게 관리가 안되고 있는것이지만 주택가에서 200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것도 대단한 일같아 보인다.
골목을 따라 계속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고 집들을 살펴보아도 더 이상 수도교의 흔적은 볼 수 없었다. 이 수도교가 카르타고의 물저장고와 안토니우스 목욕탕까지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데 일전에 메트로를 타고 지나면서 벨베데레공원과 마나르의 언덕 사이에서 부서진 수도교의 잔해도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같아 보인다.

 

 

시가지 한복판을 수도교가 지나고 있고 언덕이나 시가지를 지나는 수도교는 낮은 구조물이어서 쉽게 부수어 건축자재로 사용했을 것이다. 지금 도 가장 잘 남아있는 수도교가 있는 거리이름은 아무상관없는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거리다.

세월의 흔적으로 과거의 영화를 상상할 뿐이지만 로마제국 제2의 도시였다는 카르타고의 부유함을 증명하는 수도교는 현재 버려진것은 아니지만(전신주 대용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치우기 힘든 커다란 돌덩이처럼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을 뿐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