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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자연

[셀자협곡]붉은 도마뱀열차

by monsieur 2010. 12. 11.

드디어 벼르던 붉은 도마뱀열차를 타러 간다.
붉은 도마뱀열차는 터키왕조가 지배하던 시대에 왕이 타던 기차인데 관광열차로 개조해서 계곡이 아름다운 셀자협곡의 철로를 운행하는 열차다. 토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와 10시 30분에 1회만 운행하기 때문에 갑사나 토저에서 하룻밤을 자거나 튀니스에서 밤에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는 열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베스에서 출발했다. 가베스에서 갑사까지 144km 라서 최소 2시간이 걸리고 갑사에서 붉은도마뱀열차가 출발하는 메틀라위까지도 42km 이니 한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루아지를 기다리는 시간을 고려하자면 4시간 전인 여섯시에 출발한다고 해도 빠듯하다. 게다가 갑사주변은 항상 공사중이다.

 

 갑사로 가는길
가베스에서 갑사로 가는길은 독특한 맛이 있다. 가베스를 출발한지 30분 정도가 되면 갑자기 튀어나온 산을 구불구불 올라서 넘어가는데 튀니지를 반으로 가르는 구조대의 윗부분의 산맥의 끝부분이다. 이 산맥은 거의 끊어지지 않고 비슷한 산의 모습으로 토저의 벨베데레공원까지 이어져 있어서 튀니지를 반으로 가르고 있다.
아래쪽에는 초승달 모양의 테바가 산맥이 있고 중간에는 건기에는 물이 마르는 소금호수인 쇼트가 있어서 본격적인 모래사막이 나오는 남부를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 독특한 구조의 튀니지의 지형구조를 눈으로 보면서 달리는 길인 것이다.

 


동쪽 해변쪽으로 가파르게 흙이 무너져 내려 절벽이 된 산정상에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것도 신기하지만 가파른 길을 넘어서면 펼쳐지는 광활한 평지가 더 인상적이다. 한국에서의 산들은 노년기 산악지형으로 오랜세월 깎이고 물에의해서 계곡이 만들어져 정상을 중심으로 솟아있는 일정한 모양이 있는데 이곳의 산들은 융기된 지각에 의해 생긴 신생기 산악지형으로 산모양이 거칠고 바람에 의한 풍화작용의 영향으로 특이한 지형이 많이 보인다. 게다가 나무가 적거나 없어서 지형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산은 더 황량하고 위압적으로 보인다.

 

 

 오아시스의 도시 갑사
사하라 사막지역으로 말하는 곳이지만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푸르른 풀을 계속 볼 수 있는 광활한 평원의 남북으로 풀이라고는 전혀 자랄것 같지않은 모래색 산들이 산맥을 이루고 계속 이어진다.
두시간을 넘게 달리자 길앞에 커다란 산이 가로막고 서있다. 루아지 안에서도 고개를 낮춰야 정상쪽이 보일정도로 가까이 있는 산을 돌아서 조금만 더 달리면 드디어 갑사다. 이렇게 커다란 산들이 만들어낸 지하수가 오아시스로 솟아나오는 지역에 도시가 위치한 것이다.
튀니지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오아시스의 도시 갑사는 사막으로 향하는 길목으로 로마시대에도 중요한 요충지였다. 상당히 번화한 도시의 한 복판에 아직도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피씬(수영장)이 있고 이슬람의 성채도 있다.

 

로마의 수영장은 돌아오는 길에 구경을 하기로 하고 일단 루아지 터미널에 내려서 바로 메틀라위행 루아지 표를 샀다. 갑사 터미널은 처음에는 시가지의 샴피옹(대형마트)근처에 간이로 만든 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떨어진 강변에 건물까지 지어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간이 루아지 정류장은 번잡한 곳이고 대형마트들이 있는곳이어서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표를 파는 박스 주변에서 사람들이 서로 표를 사려고 소리를 치는바람에 터미널 관리인의 도움으로 겨우 표를 사서 메틀라위행 낡은 루아지에 앉았는데 30분을 기다릴 동안 계속해서 구걸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봐야 했다.

이곳 사람들은 대체로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동전이라도 주는 경향이 있는데 너무 많이 오니까 결국은 외면을 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가만히 보니 루아지터미널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을 관리인이 막는데 아이들은 눈감아주고 어른들은 막고 있어서 피해다니면서 몰래 구걸을 한다. 사람들이 많은 돈을 주지는 않지만 워낙 루아지가 많고 돈을 잘주는 편이어서 이런곳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곳에서 일을 할 수 없을듯 보인다. 관리인들은 행상들도 통제하는데 안에서 장사하는 행상의 물건이나 음식을 자기것처럼 취하고 있다.

 

 

 붉은 도마뱀열차
메틀라위로 가는 길은 잘 닦인 대로라서 조금 늦었다고 생각했던 열차시간에 오히려 10여분이상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었다. 루아지 기사는 가베스에서 출발한 기사와 달리 80킬로의 제한속도를 넘어서 150킬로 이상으로 달려 메틀라위 기차역앞에 내려주고 역에 들어가서 안내까지 해주고 루아지를 몰고 간다.
관광열차가 운행하는 곳이지만 메틀라위역은 작은 시골역일 뿐이다. 튀니지의 주요 광물인 인광석이 이곳을 거쳐서 스팍스항까지 가기 때문에 화물열차의 운행이 많지만 일반열차는 레데예프까지 하루 1회 왕복하고 관광열차가 운행한다.
역안쪽에 별도의 여행사 사무실에서 표를 사서 세워져 있는 열차를 탄다. 관광객은 20디나르(2만원정도) 튀니지 사람은 15디나르다.
곧 출발하기 때문에 서둘러 탄 열차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거의다 유럽인 관광객인데 빨리 왔으면 왕이 앉았을 고급소파의자에 앉을 수 있었는데 열차의 끝까지 와서 간이의자같은 곳에 않았다.
드디어 출발이다.

 

 

장이 열린 시가를 천천히 출발하자 관광객들이 떠들며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허름한 주택가에서 손을 흔들고 쫒아오는 아이들이 기차여행을 더욱 추억으로 빠지게 한다. 기차가 속도를 내고 멀리있는 산을 향해 나아간다. 완전히 평평한 곳에서 입구가 없어보이는 산을 향해 나아가던 기차가 커브를 틀며 가까워지자 산의 높은 벽들이 입을 벌린다. 거대한 벽이 나타나고 곧 굴이다. 기차의 매연이 열차안에 들어오고 흐릿한 전등과 기차소음속에서 유럽 단체관광객들이 떠드는 소리는 극에 달한다.

 

 

 셀자협곡
굴을 통과하자 안쪽에 산악지대에서 열차가 멈춘다. 사진을 찍으라고 멈추는 것이다.
앞에는 산이 용틀임을 하듯 열차를 배경으로 서있고 동쪽으로는 산사이로 조그만 협곡이 만들어져서 물이 흘러나간다. 이렇게 부서져 내리기 쉬워보이는 산에 굴을 뚫은 것도 신기하고 굴을 지나자 펼쳐지는 산의 경치도 신기하다.

 


다시 출발하자 기찻길의 양쪽이 가파른 산이긴 하지만 점점 넓어지고 강물도 흘러서 전혀 새로운 세계로 가는 것 같다. 갈대가 있는 강의 넓은곳에는 최근까지도 사람이 살았을 집터가 간간이 보이고 가파른 산의 틈사이로 흘러내린 물도 폭포가 되어흐른다.

 

 

다시 좁아지는 산들의 틈으로 기차가 접근해서 터널 바로앞에 두 번째로 열차가 멈춘다. 처음과 달리 이번에는 강을 따라 완전히 수직의 절벽이 서있는 경치좋은 곳이다. 거의 백미터는 될듯한 거대한 사암이 강물이 흐르면서 정확하게 수직으로 깎여 있어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사하고 있는데 모두 내려서 벽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셀자협곡이라면 바로 이곳을 지정해서 말하는 것이다. 벽앞에서 사진찍기를 마치고 다시 출발한다. 바로 앞의 굴을 지나자 이젠 계곡사이로 다리사이로 멋진 경치를 따라 달리다가 이내 산을 벗어난다.

 

 

 타베디트 광산

이 아닌 평지를 잠깐 달린후 종착지인 타베디트역에 도착한다. 레데예프역까지 운행하는줄 알고 있었는데 셀자협곡을 관광하는 열차니 굳이 레데예프까지 갈필요는 없을 것 같다.
셀자협곡을 벗어나면서 넓어지자 오른편으로 원추형 산들이 보였는데 그 엄청난 산들이 광산에서 캐낸 광물을 쌓아둔 것이다.  역 주변에서는 회색의 광물이 산을 이루어 쌓여있고 그위에서는 불도저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있다. 인광석이 주로 생산되는 곳이니 인광석일 텐데 돌덩이가 아니라 회색 흙더미다. 기차의 왼편에는 광물질로 회색이된 강물이 얕은 사암벽아래로 흐른다.
열차에서 내려서 사진을 찍지만 주변 경관이 그냥 황량한 광산 같을 뿐이어서 아예 내리지 않는 사람도 많다.

 

 

차는 역방향으로 기관차를 붙여 왔던길을 돌아간다. 돌아갈때는 한번도 멈추지 않고 달린다. 갈때는 경치구경에 열을 올리고 사진을 찍었지만 다들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대여섯명의 일본인 관광객은 열차 출발부터 도착할 때까지 조용하고 중국인 부자도 조용할 수밖에 없다. 돌아오는 길에는 중국사람이 일본사람과 일본어로 대화하는걸 들을 수 있었는데 갑자기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튀니지 사람들이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꼭 물어보는 말이 있는데 한국 일본 중국의 관계다. 말이 같으냐 어떻냐 서로 친하냐 뭐 그런걸 잘 묻는데 그들에게는 똑같이 생긴 동양사람들이 말도 다르고 서로 싸우는것도 잘사는것도 신기한 일인 것이다. 어쩌면 튀니지에서는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가 가장 멀고 관련이 없는 나라일것이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필리핀만해도 이슬람이 있고 베트남등은 프랑스와 관계있는데 한국 일본 중국은 종교 인종 언어 모든것이 낮설고 공통점이 없다.
이런 낯선 곳에서 일본사람과 중국사람이 일본어로 예기하는 걸 한국사람인 내가 듣고 있다. 열차를 탄 대부분의 관광객인 프랑스 사람이나 독일사람들은 우리가 단체관광객인줄 알겠다.
따지고 보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나라보다도 낮선나라는 아니다. 이곳의 거의 모든 공산품은 중국제고 휴대폰의 대부분은 삼성이나 엘지고 사막의 지프는 일본차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한국을 잘 알고 있다고 해야 하나?

 

열시에 출발한 열차가 다시 메틀라위 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2시 30분이다.
유럽관광객은 버스를 타고 떠나고 일본관광객들은 토저에서 온 지프를 타고 떠난다. 중국인 부자도  못봤지만 유럽인들 틈에 끼어서 지프를 타고 떠난것 같다. 관광열차를 탄 사람중 유일하게 걸어서  길가에 있는 루아지정류장까지 갔다.

 

 

 

 로마시대 수영장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