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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자연

튀니스의 전망공원과 동물원

by monsieur 2010. 12. 7.

니스의 중심가는 부르기바 대로다. 프랑스의 샹제리제 거리를 흉내내었다고 하는데 프랑스의 식민지로 86년간이나 있었던 곳이어서 성당을 비롯 옛건물들이 많다. 고풍스런 국립극장 근처에는 파란색이 인상적인 아프리카 개발은행 본부건물이 위용을 자랑한다. 이 건물만으로도 아프리카에서의 튀니지의 위상을 알 수 있다. 남부와 달리 북부에는 흑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 수도에 있는 흑인은 상당수 아프리카 개발은행에 파견나온 각 나라 사람들이라고 한다.

부르기바 대로의 끝에는 메디나라고 하는 구시가지가 있는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메디나의 정면은 프랑스의 문이라는 커다란 돌문이 서있다. 원래 아랍의 시가지는 방어를 위해 높은 성채로 둘러싸여 있는데 튀니스의 메디나에는 성벽은 모두 없어지고 이 성문하나만 남아있는것이다. 부르기바 대로의 끝에 있어서 프랑스 문이라고 불리지만 전통적으로는 바다의 문이라고 불렸다.

튀니스에서 구경할 만한 곳은 메디나, 시디부 사이드, 카르타고, 바르도 박물관, 라마르사 해변 등이 잘 알려져 있고, 그밖에 라굴레트 해변이나 락(호수)주변, 함맘리프 해변도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쉴곳이고 부르기바 대로나 에나사르 지역은 서울의 명동이나 강남역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늘 갈 곳은 튀니스의 허파라는 상투적인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전망공원(벨베데레 공원)이다.

아랍 사람들이 여자들은 전통적으로는 집에 있고 남자들은 앉아서 커피마시는걸 운동하는것 보다 더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한적하고 조용해서 더 좋은 곳이다.

튀니스의 북부는 에나사르와 멘자지구등 야트막한 언덕에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선 서울의 강남과도 같은 곳이다.

이 언덕이 서쪽으로 흘러내린 지점에 쉐라톤 호텔이 있고 서쪽으로 흘러 평지가 되기 전 마지막 부분에 벨베데레 파크가 위치하고 있다.

공원 제일 아래쪽은 또 튀니지 최대의 동물원이 있어 쉐라톤과 동물원을 묶어서 산책코스로 삼으면 반나절동안 튀니스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위치상으로는 동물원에 가서 구경하고 벨베데레 파크에서 산책을 한 다음 저녁에 쉐라톤에서 차한잔 마시는 코스가 맞겠으나, 독일대사관에서 쉐라톤쪽 전망공원 입구로 들어가서 반바퀴 돌고 동물원을 구경한 다음 다시 벨베데레파크로 올라와서 쉐라톤까지 올라가는 코스로 튀니지의 부잣집이 밀집한 뮤츄엘빌도 주요 구경거리에 넣었다.

 

 

 독일대사관 

독일 대사관은 튀니지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다. 1956년 독립할 때 까지 80년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튀니지는 지금도 제2공용어로 불어를 사용하고 학생들도 중학교때부터는 수학과 과학등은 아예 불어로 수업을 할 만큼 프랑스의 영향력이 크다. 세계의 불어사용국 모임인 프랑코포니의 정회원국이다. 따라서 불어만 사용해도 일상생활에 거의 불편함이 없을 만큼 불어사용도 자유롭다. 그러나 과도한 불법이민을 막으려는 프랑스의 정책으로 튀니지 사람이 프랑스로 가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에게 개방적인 독일이 튀니지 사람들에게는 더 가기 쉽고 선망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최근에는 독일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어릴때 부터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해 왔기 때문인지 튀니지 사람들은 영어나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등을 구사하는 사람이 많다.

 

독일 대사관에서 길을 건너면 쉐라톤 호텔이 있는 언덕밑으로 고급주택가가 이어지는데 뮤츄엘빌이라는 동네다.

각국의 대사관이 많이 있으며 한국 대사관도 이곳의 한쪽에 있다. 대사관을 찾아가려 한다면 독일 대사관에서 내려서 5분정도 걷는것이 수월할 것이다.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주택가 한쪽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모른다고 보면 된다.

내부를 잘 꾸미는 스타일의 아랍이지만 이곳의 집들은 정원도 잘 정돈해 놓았고 부잣집이 많아서인지 골목골목 사설경비도 많다.

그냥 보면 집이나 길에 앉아있는 할 일없는 사람 같지만 한 달에 10~15만원 내외를 받으며 부잣집에 고용된 사람들이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2교대로 일하는데 대체로 불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어서 말이 잘 통하진 않아도 인삿말에 즐거워한다.

또 그리스, 인도 대사관등도 있어서 무장한 경비들도 지키고 있다. 아주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벨베데레 파크  

독일 대사관에서 길을 건너서 차들이 올라가는 길을 따라서 죽 걸어올라가면 언덕의 정점에 벨베데레 파크로 들어가는 문이 나온다.

벨베데레 파크는 사방이 열려있지만 이곳 북쪽만 유독 철조망이 쳐있고 작은 문이 설치되어있다.

이곳을 들어가면 바로 나무들이 있고 흙이깔린 축구를 할 수 있는 공터가 나온다.

철봉도 있고 공원 곳곳에 간이 운동시설이 있어서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을 꽤 볼수 있다.

길은 오른쪽과 왼쪽으로 갈라지는데 어디든 만나지만 일단 왼쪽길로 간다. 왼쪽은 튀니스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말 그대로 전망코스다.

멀리 튀니스만 넘어서 보코닌 산도 보이고 시디부 사이드로 가는 트램에서 본 락(호수)도 보이고 중국 대사관인지 공원에서 가까운 곳에 기와집도 보인다. 공원 중간을 포장된 도로가 8자로 가로질러가고 비포장 도로도 있어서 높고 전망 좋은 곳에는 차를 가지고 올라온 사람도 있다.

야경이 아주 좋을 것 같지만 너무 한적해서 승용차로 올라오지 않는한 위험해 보인다.

공원이 이제 내리막으로 향할때 산속에 음침한 곳에 굴이 있고 입구는 육중한 철문이 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예전에는 이곳에서 사람들을 잡아놓고 고문을 했을지도 모를 만한 곳이다.

 

 

 튀니스 동물원

벨베데레 공원이 끝나가고 고도가 낮아져 시가지가 가까워질 때쯤 동물원의 철조망이 나온다.

철조망 안은 동물원이고 사슴들이 사람이 가까이 가자 다가온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것이 공작이다.

동물원 우리안에 있는 것이 아니고 흡사 까치나 비둘기처럼 길이나 다른 동물의 우리에 마음대로 드나들고 있다.

이제 동물원안을 구경할 차례다. 철조망을 따라서 내려오면 동물원의 뒷문이 나오고 이곳을 돌아가면 너른 잔디밭에 사람들이 쉬고있다.

봄가을에는 이곳에서 여러가지 행사를 하고 영화촬영도 한다. 가을에는 올드카 페스티발도 벨베데레 파크의 도로에서 열린다.

대로변에는 커다란 무화과 나무에 아이들이 앉아 놀고 있었는데 이 아이들은 불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아슬래마! 인사한마디에 같이 사진도 찍고 뭐라고 돌아가며 한참을 예기하고 웃는데 나도 그저 웃을 뿐이다.

 

 

아이들의 장난감도 팔고 스프링달린 탈것도 있어 제법 유원지 분위기가 나는 동물원에 들어간다.

생각보다 훌륭하다. 동물들이 많은것보다도 나무들이 한국에서는 식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진정 아프리카의 사파리에 온 느낌이다.

특히 야자수는 멋이 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가 있음을 알려주는 나무여서 그런지 이곳 사람들도 야자수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동물원 안에도 공작이 활개를 치고 이젠 못생긴 오리까지 사방에 있다.

 

 

나중에 궁금해 진것이지만 이곳에는 기린과 코끼리가 없다. 사하라 사막이 확장되기 전에는 분명 이지역까지 기린과 코끼리가 살았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만 볼 수 있다. 코뿔소와 하마가 있긴 하지만 아프리카 그것도 한니발의 나라에 코끼리가 없다는것 좀 아쉽다. 코끼리를 데리고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휘저었던 한니발의 나라에 코끼리가 없다니!

많이 먹는 녀석이고 비쌀테니 예산상 아직 없는 것이리라. 남부지방의 한 아이가 코끼리를 보고싶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튀니스 동물원에 코끼리가 없다는 걸 알면 실망할텐데.

 

 

곰이 재롱을 부리고 코뿔소가 진흙목욕을 하고 라마단에도 죽을일 없는 행복한 양이 포즈를 취하고 새끼사자가 어미를 부르는 소리까지 한참을 구경을 하고 다시 벨베데레 파크로 올라간다.

 

 

동물원 후문쪽에 가니 길에 차를 세우고 쉬고 있는 부자가 있다. 고양이를 쫒으며 놀고 있는 아이가 아주귀엽다. 이곳의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하면 무척이나 귀엽다. 그러다가 크면서 밉상이 되고 그나마 젊을때 까지만 해도 대부분 날씬한데 남녀를 막론하고 어른이 되면 거의다 항아리 체형이 된다. 누군가 꾸스꾸스의 저주라고 이름붙인 이 현상으로 몸매가 곧 나이라는 등식이 튀니지에서는 잘 맞아 떨어진다.

귀여운 아이의 아버지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엔지니어라고 하며 집으로 초대를 하지만 정중히 거절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의 초대는 전통이어서 3일까지는 누구나 왕처럼 대접을 받으며 그집에서 먹고 잘 수 있고 길게는 일주일에서 열흘까지도 가능하다. 사막에서 출발한 아랍의 문화이자 전통인데 험한곳에 있으니 적이 아닌 이웃은 서로 돌봐줘야 나도 나중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 사람도 사람들인지라 얄미운 사람들은 그걸 이용해서 지방에서 올라와서 일주일이나 5일정도씩 아는사람의 집을 돌아가며 몇 개월이고 생활하기도 하고 그걸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수도에서는 정확한 사정을 모르지만 따따윈에 며칠 머물때 제르바로 가서 일을 하는 청년에게서 들은 예기다. 그 친구도 제르바에서 관광버스 운전을 하는데 비용절약을 위해 한 달 정도는 그렇게 집을 얻지 않고 버틴다고 한다. 

 

 

다시 올라갈때는 아까와는 다른쪽 길로 가는데 내려올때와는 달리 은근한 오르막이 등산가는 기분이다.

동쪽은 시내쪽과 달리 약간 황량한 야산이 있어 아프리카스럽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쉐라톤이 웅장해 보인다.

호텔에서 주스를 한잔 한다. 가격은 3천원정도로 튀니스의 멋진 야경을 보는 비용으로는 아주 만족스럽다.

 

 튀니스의 지리적 위치와 기후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는 인구 120만의 대도시이다. 총 인구가 1000만인 튀니지에서 튀니스의 비중은 매우크다. 튀니스주변의 수도권을 합칠경우 인구는 250만에 달한다. 튀니지 인구의 4분의 1이 튀니스를 중심으로 한 작은 지역에 밀집되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튀니지지역은 고대로 부터 번성했던 곳이고 로마시대때는 로마의 곡창으로 불릴만큼 기후도 좋았었다.

튀니스의 위도는 한국의 천안정도로 아프리카의 가장 윗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사람이 주로 사는 지역은 남쪽 사막을 제외한 곳이기 때문에 한국의 위도와 아주 비슷하고 그 지역에는 의외로 고르게 사람들이 분포해서 살고 있다.

 

물론 고대부터 문명과 비문명권을 구분할 만큼 해변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많이 살아왔기 때문에 남부의 대도시 스팍스까지 해변지역에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지만 서쪽과 남쪽을 여행할 때 본 도시들은 셀 수 없이 많았고 규모도 생각이상으로 커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나라면적이 튀니지의 10배가 넘는 리비아의 인구가 천만인 튀니지 보다 적은 육백만밖에 안되는 것만 보아도 튀니지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가를 증명한다. 리비아의 수도인 트리폴리는 튀니지의 남쪽 도시보다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전체 인구의 98%가 트리폴리와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북쪽의 해변지역에 모여있다.

 

튀니지의 날씨는 튀니스쪽 해변은 지중해성 기후이며 남쪽은 지중해성 기후와 사막 기후가 복합적이다. 여름에 건조하고 더우며 겨울에는 춥고 비가 많이 내린다. 여름 6개월 동안은 거의 비가 내리지 않고 겨울은 비가 자주 내린다. 봄가을에는 편서풍과 사하라의 영향으로 시로코(튀니지는 하르마탄)라는 강력한 모래바람이 분다.

사헬지대로 불리는 까이로완 수스 모나스티르 북쪽의 지역은 모래가 적은 폭풍이 불고 그 이하 지역에서는 전형적인 모래바람이 분다. 사헬은 사막과 문명지대의 경계를 뜻한다.

여름에 사하라에서 부는 뜨겁고 건조한 바람 시로코는 종종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폭염으로 이어져 열사병으로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 튀니스도 45도에서 50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그늘만 들어가면 견딜만 하다. 하지만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 되면 대지가 달아올라 밤에도 시원해지지 않고 더위가 남아있어 더위를 피하기 어렵다.

튀니지에서는 7, 8월 에는 모든 공공기관이나 회사가 오전에만 근무한다. 오후 2시까지 근무하고 라마단 기간도 오전에만 일을 한다. 참고로 이슬람의 휴일인 금요일에도 일부기관이나 관광지만 오전까지 열고 학교나 기업은 오후까지 정상근무를 한다.

그래도 금요일 점심기도시간에는 시가지가 한적해지고 택시잡기도 힘들어진다.

 

겨울은 영하근처까지는 내려가지만 영하로 내려가는 날은 드물다. 그래도 비가 자주와서 습한 날씨 때문인지 굉장히 춥다는 느낌을 받는다. 서북부의 1000미터에 달하는 산악지대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고 사막지대도 폭우로 홍수가 나서 사람이 죽기도 한다.

배수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고 사막지대는 모래로 잘 막히기 때문에 비가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신발에 물을 적시시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