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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제르바]해적선 타고 플라맹고섬으로

by monsieur 2010. 12. 4.

르바는 거제도보다 조금 큰 정도의 섬으로 섬이 몇 개 안되는 튀니지에서 가장 큰섬이고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다.

신화에도 등장하는 섬이며 자연환경뿐 아니라 유적과 유태인주거지에 유대교 성당인 시나고그까지 있어 2008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떠오르는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튀니지 사람들에게는 한국의 제주도와 같다고 이해하면 편할 것이다. 일 빠라디(천국의 섬)라고 불리며 신혼여행지로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제르바로 들어가는 교통편은 섬의 서북쪽에 공항이 있어 유럽에서 직접 이곳까지 올 수 있고, 남쪽의 리비아쪽으로는 다리가 연결되어 육로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쪽으로는 따따윈이나 자르지스(제르바 섬 아래의 해변 휴양지), 리비아쪽으로 가기 편리하다.

섬의 서남쪽은 수시로 운항하는 페리가 있어 튀니지에서는 주로 이 코스를 이용하게 된다.

 

 

 

 

 

 

 

 

 

 

 

 

 

 

 

 

 

 

 

 

 

 

 

 

 

 

섬내 주요관광지는 섬의 동쪽 해변 전체를 아우르는 관광객존과 북쪽에 있는 중심도시인 훔트수크에 있는 가지 무스타파 성과 플라맹고 아일랜드, 섬의 중앙의 리아드흐에 있는 유태인주거지와 시나고그, 섬의 남쪽에 있는 겔라라의 전통박물관등이 있다.

제르바에서는 플라맹고 아일랜드와 겔라라의 박물관은 보았으나 시나고그는 마침 방문한 월요일이 유태인의 휴일이라서 들어가지 못했고 관광객존은 가지 않았다. 관광객존에는 클럽매드를 비롯 유럽사람들에게 유명한 해변휴양지 답게 좋은 시설을 갖춘 호텔들이 해변을 따라서 10킬로 이상 계속되고 관광객존이 아닌 동남쪽 해변도 계속해서 고급호텔들이 늘어서 있다.

이름있는 관광지가 아니라도 제르바 전체가 튀니지에서도 이국적인 복색과 음식문화를 갖춘 곳인만큼 섬전체가 관광지라고 해도 좋을것이다.

 

 

 천국의 섬 제르바 속의 진짜 천국 플라맹고 아일랜드 

이제 플라맹고 아일랜드로 떠나본다. 4월 중순에 방문했고 성수기사진은 7월 중순이다.

먼저 제르바를 가는 길을 간단히 설명했지만 튀니스에서 이동한다면 밤기차를 이용해서 제르바의 훔트수크까지 표를 끊을수 있다.

기차는 가베스가 종점이지만 바로 연결해서 버스편으로 훔트수크까지 갈 수 있고 따따윈도 가베스에서 연결해서 갈 수 있다.

먼 거리이기 때문에 새벽에 잠결에 버스로 갈아타야 하기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제르바 앞에 조르프라는 작은 마을에서 제르바의 아짐까지 버스까지 실을 수 있는 페리가 계속해서 이동을 하는데 여행성수기나 주말에는 1시간이상 기다려야 하는 수도 있다.

페리를 타고 15분 정도 빤히 보이는 제르바에 도착하면 아짐이라는 도시다. 여기서 버스는 계속 20여킬로를 북쪽으로 달려 훔트 수크에 도착한다.

튀니지의 다른곳보다 흰색이 더 선명하고 깨끗한 집이 있기는 하지만 길거리의 까페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나 지저분한 거리는 여타 도시와 다를것이 없다.

 

 

트수크는 생각보다 번화했고 사람이 많았다. 버스와 루아지 택시 정류장이 한곳에 있어 편리하게 이동을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다시 북쪽 해변으로 1.3킬로 정도 떨어진 항구 마리나 제르바까지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는 친절하게 제르바를 관광하려면 40디나르 정도를 내면 반나절 정도 택시를 움직여서 박물관과 올리브학교 모스크등을 보도록 해준다고 안내해주지만 좋은 정보만 참고하도록 하겠다.

 

 

마리나 제르바는 항구이자 숙박시설도 깨끗하고(1박 60디나르) 식당등도 잘 갖춰진 항구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해적선들이다.

비슷해 보여도 모양과 크기 색과 한니발이나 카르타고, 싸이렌, 페넬로페 등 이름도 제각각이다.

이 배들은 항구에서 4킬로 떨어진 사주인 플라맹고 아일랜드로 향한다.

아홉시에서 열시 사이에 출발해서 식사를 제공하고 오후 2시 30분에서 3시경에 되돌아오는 코스의 가격은 1인당 20디나르(2만원)전후이이다.

튀니지에서 해적선을 탈 수 있는 곳은 수스, 따바르카, 하마멧 등지인데 대부분 가격은 비슷하다.

약간 비수기이기 때문에 15디나로 표를 끊고 항구 주변을 구경했다.

 

 

구 입구에는 배를 제작하는 곳도 있고 괜찬은 레스토랑도 있다.

또 완전 무장된 경찰선이 있는 곳을 지나가니 방파제 한편에 문어잡이 항아리가 이채롭다.

이렇게 입구가 큰 항아리에 문어가 들어가는건 이해하겠는데 잡히는건 잘 이해가 안간다.

방파제에서 그물정비하는 배도 보고 낚시하는 사람도 구경한 다음 항구에서 가까운 해변에 있는 성채쪽으로 간다.

바다쪽으로 갈 수 있어 계속 성채를 보면서 가는데 이곳은 약간의 개펄이 있어서 사람들이 뭔가를 캐고 있고 조금 떨어진곳은 홍학(플라맹고)이 열심히 먹이를 잡고 있었다. 홍학은 겨울을 이곳에서 난다. 왜 이곳이 플라맹고 아일랜드란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시간이 되어서 이제 예약했던 배에 올랐다.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대부분인데 튀니지 현지인도 커플로 몇 있다.

또 다른 배에는 대형버스에 가득 현지인 관광객을 싣고 왔는데 아주 떠들석하다. 이쪽을 보고도 뭐라 하는데 그냥 손을 흔들어주고 만다.

마지막으로 늦게 도착한 거구의 아주머니들을 태우자 배는 장엄한 음악을 틀면서 출발한다.

선원들은 해적복장을 하고 나름 준비한 퍼포먼스를 하면서 다른 배들을 따라서 항구를 빠져나간다.

맑고 깨끗한 지중해 바다와 속도감있는 배, 그리고 계속 뭔가 퍼포먼스를해주는 선원들 덕분에 재미있는 경험이 될 듯하다.

 

 

 

주의 끝에 도착하기전에 고기잡이 그물도 치고, 모두 함께 춤도 추고 후크선장처럼 갈고리팔을 한 친구는 기념사진도 찍으며 돌아다닌다.

특히 선장은 불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유창하게 안내를 해줘서 놀랐다.

튀니지 사람은 불어를 제2모국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잘해서 그런지 여러나라 말을 사용하는사람이 많다.

여기 선원들은 최소한 영어나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등 추가 1~2개 언어는 더 할 수 있다.

한 선원은 나이도 좀 지긋하고 가베스에서 왔다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4개국어를 하고 대학원까지 마치고 대학 강의도했으나

수입이 좋은 해적선원일을 하러 여름에는 이곳 제르바에 살고 봄가을에는 한달에 몇 번씩 나와서 일을 한다고 한다.

박사과정까지 무상교육인 이곳에서는 학력 인플레가 심한게 당연하지만 이런것이 이 나라의 경쟁력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심심하지 않게 계속 이야기도 하고 배구경도 하면서 드디어 사주에 도착했다.

사주주변은 아주 얕아서 바닥이 보이는데 조심스럽게 배들이 일렬로 육지쪽으로 정박한다.

좁고 긴 사주지만 중간은 축구를 해도 남을 만큼 평평하고 단단한 모래땅이고 북쪽 바다는 파도가 치는 해수욕장이고 배가정박한 남쪽은 아주 고요한 호수처럼 얕고 맑은 바다다. 바로 이곳이 천국이 아닌가

배가 해변에 놓인 나무데크에 하나씩 정박하자 2시간의 자유시간을 준다.

해수욕이나 일광욕을 할 동안에 선원들은 식사 준비를 한다.

북쪽 해수욕장은 튀니지의 어느바다처럼 해초가 해변에 많긴 하지만 깨끗하고 바다로 조금 나간지점에 사람이 설수 있는 모래톱이 있어서 안전해 보인다. 추운날씨에도 독일인 남녀노소가 바다에 뛰어들고 나머지는 일광욕을 한다.

나도 해변에 낙타와 말도 구경하다가 사주 끝까지 돌아보기로 한다.

 

 

 

주끝은 지중해의 물살이 강하고 해초더미가 가득 쌓여 있지만 안쪽으로 돌아오니 아주 얕고 잔잔한 바다가 이어진다.

바닥을 기어가는 게들도 잘보이는데 마침 선원하나가 물속에 바구니를 들고 지나가기에 게를 잡으러 가느냐고 물어보니 해적들은 게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게가 무서운거 아닐까? 여기 게들은 사납고 호전적이다. 사람이 다가가니까 신발에 달려든다.

다음에 혹시 기회가되면 이곳에서 게를 잡아서 구이를 해먹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정박된 배쪽으로 가니 생선굽는 냄새가 고소하다.

배마다 해변에 야자잎으로 얼기설기 지은 움막이 있는데 그곳에서 식사도 하고 식사가 끝난 다음에는 공연도 한다.

식사시간이 되자 선원들이 전통 악기로 음악을 연주하고 여자들이 음식을 날라오도록 시킨다. 이곳의 전통이라고 한다.

음식은 구운 생선과 북아프리카 전통 음식인 꾸스꾸스와 브릭(만두속에 달걀을 넣어 튀긴 전통음식), 과일과 음료수다.

생선도 작지만 아주 맛있고 남부지방이 다 그렇듯 꾸스꾸스는 입에 잘 맞는다.

 

 

사가 끝나고면 공연시간이다.

내용은 튀니지에 온 외국인들을 풍자한 간단한 스토리인데 불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즉석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프랑스 사람은 튀니지 사람을 하인부리듯 하고, 이탈리아 사람은 뭐든 훔쳐가고, 독일 사람은 거드름이 심하고

뭐 그런 내용인데 관광객들중 독일 사람이 반 정도 되고 나머지는 프랑스 사람, 이탈리아 사람은 네명인데 모두 웃고 나도 웃을만큼 즐거운 공연이었지만 내용은 씁쓸했다. 특히 현지인들의 표정에는 그런것이 더 역력했다.

튀니지 사람은 프랑스 사람이 보기엔 지저분하고 대충대충하며, 독일인이 보기엔 하찬은 사람들이 되니까..

돌아가는 배에서는 나름 한껏 후진국에와서 대접받아 고무된 외국인들에게 일일이 찾아가서 선원들을 위한 팁을 구걸한다.

처음엔 설마 했으나 게임인듯 당당하게 모자를 내밀면 웃으면서 즐겁게 내든 눈치보며 내든 동전이라도 안낼 수 없게 되어있다.

그밖에도 아이들에게 두건을 씌워주고 팔고, 배에서 찍은 사진은 순식간에 인화해서 식사장소 밖에 걸어두고 5천원을 받는다.

또 해적 옷과 음료수등도 판매한다. 여러가지 생각이 나지만 한국에서도 조금만 개선해서 이런 사업을 한다면 대박날듯 보였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한국에는 이렇게 깨끗하고 잔잔하고 이국적인 바다와 섬이 없고 저렴하게 할 수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약간의 불만도 씻은듯 이곳이 아릅답고 좋게만 보였다.

 

 

기억나는 몇가지를 추가하자면 해적선을 타고온 선원들이 자유시간동안 사주를 청소한것이다.

4륜오토바이나 지프를 몰고 온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실어보내서 사주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장실도 따로 설치하지 않고 배안의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한다.

또 튀니지가 특히 유럽 노인들이 많이 오는 저렴한 여행지인데 이곳에서도 잘 걷지도 못하시는 프랑스 할머니의 사진을 찍어준 일이다.

자유시간에 아들딸은 해수욕 하러 가고 손자들은 배 주변에서 모래장난을 할 동안에 사진기 작동법을 잘 몰라서 사진 한 장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 부러운거 같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휠체어와 지팡이 사이에서 아슬하게 서서 계시는 모습이 그림 같기도 하고 목소리는 분명 프랑스사람인데 가래낀 외할머니 목소리와 같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제 돌아가는 길은 즐거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도 춤을 추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올때 쳐 놓았던 그물에서 점심으로 먹었던 고기가 딱 한마리 걸려있다. 그렇게 크고 엉성한 그물에 작은 고기가 어찌 걸렸는지 그게 더 신기하다.

항구의 좁은 입구를 향해 태양열전지로 작동될지도 모르는 시설물이 늘어서 있어 배들을 맞이하는것처럼 보인다. 거기엔 꼭 갈매기가 하나씩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배들이 일렬로 진행하며 속도를 낸다.

 

 

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항구에 도착하니 마음까지 가볍다.

시간 여유가 좀 있으니까 걸어서 제르바의 시가를 구경해 본다.

관광도시라서 시가지는 활기차고 사람들은 친절하다. 사람들에게 물어서 맛있는 샌드위치를 하나 사먹고 버스를 탄다.

돌아오는 길에도 제르바로 들어가는 차들이 많이 밀려있다. 많은 사람들이 제르바에 추억을 만들러 가는구나..

여행을 하면 기억나는 것이나 기억나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볼수록 기억이 더 생각나는 여행지가 바로 제르바의 플라맹고 아일랜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