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사르 하다다(Ksar Hadada)는 튀니지에서 가장 큰 크사르로 유명하다.
또 스타워즈 에피소드1에서 어린 루크의 집으로 사용된 곳이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크사르 하다다로 가려면 곰라센으로 먼저 가야 한다. 곰라센에서 크사르 하다다는 5km정도로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루아지나 택시가 있을것이다. 일단 아침 일찍 가베스를 나서서 메데닌 터미널로 갔다. 전에 메데닌 터미널에서 시간표를 사진찍어두었기 때문에 곰라센행 버스 시간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도로에 느리게 가는 트럭들이 많아서 곰라센 버스시간에 조금 늦었다. 이럴땐 참 답답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곰라센행을 물어보니 30분 뒤에 차가 떠난다고 한다. 시간표에는 없지만 시내버스가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
메데닌 터미널의 커피는 싸고 맛이 좋다. 튀니지에서는 드물게 깔끔한 일회용컵에 일회용 젓게도 준다. 그런데 에스프레소 한잔의 가격은 200원이 안된다. 좋다.
지난번에는 이곳에서 다떨어진 버스의 나무의자에 앉았었기 때문에 엉덩이가 아팠었는데 이번에는 겉모습은 깔끔한 굴절버스다.
아주 친절한 버스기사 할아버지와 이야기 해가면서 한가하게 출발한 버스는 메데닌 시가를 지나면서 꽉찬다. 일주일에 하루씩 장이 열리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버스의 앞으로 중간으로 뒤로 무임승차에 난리를 치며 사람들이 타더니 금방 많이 내린다.
메데닌 시외로 빠지자 버스는 엄청난 속도를 내며 승용차들을 추월한다. 구경한다고 굴절버스의 뒷칸에 앉았다가 떨어져 나가는줄 알았다.
버스는 따따윈에 도착했다. 따따윈이라니! 알고보니 곰라센 가는 버스는 이미 떠났고 따따윈을 돌아서 곰라센 크사르 하다다까지 가는 버스였던 것이다.
따따윈 시가에서 20여분을 버스안에서 기다려 다시 출발한 버스는 황량한 벌판을 지나 양쪽에 멋진 산들이 나오는 곰라센 시가로 들어선다. 따따윈 주변은 어디나 가는 길이 비경이다. 크사르로 된 마을도 지나고 황량한 들판에 거친 모래바람까지 불어 흙빛 건물과 함께 사막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버스는 곰라센 시가 가운데 있는 광장을 한바퀴 돌아 바로 크사르 하다다로 간다.
스타워즈 촬영지 크사르 하다다
스타워즈의 유명세에 힘입어 크사르 하다다는 한쪽편이 호텔로 개조되었다. 하지만 호텔은 현재 운영되고 있지 않고 젊은 청년 두명이 기념품을 팔고 있다. 크사르안은 규모가 상당해서 호텔로 사용되었던 부분은 입구 왼편의 사분의 일 정도다. 스타워즈가 한창 인기일 때에는 이곳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호텔도 성업을 했던듯하다. 아직도 남아있는 도자기 가로등이나 식당시설등은 근래까지 사용된듯하고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올리브짜는 맷돌이나 도자기와 액자등도 남아있다.
이곳의 특징적인 문과 창의 흰색칠은 안그래도 신기한 모양의 고르파들을 더 신기한 모습으로 만들어주어 그림속인듯 착각하게 한다.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서 한참을 보고 주변사진을 찍었다.
크사르는 베르베르인들이 공동으로 자신들의 곡물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담을 따라 안쪽으로 빙 둘러있고 가운데는 빈 공간으로 남아있는것이 대부분인데 이곳은 중간이 연립으로 꽉차게 지어졌다.
하나의 창고를 고르파라고 하고 고르파 들이 모인 건물을 크사르, 크사르들을 합해서 크수르라고 한다. 한 가족들이 하나의 고르파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곳의 유목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감이 안잡힐 정도다.
크사르 하다다 앞에는 작은 기념품 매장이 있지만 한적하고 까페에는 사람들이 많다. 버스시간을 물어보니 1시간 정도 기다려야한다고 해서 까페에서 차를 마시고 나와서 기다렸다. 한적한 동네가 조금 시끄러워지더니 동네 청년들이 장난을 하며 까페로 다가온다. 주말이어서 축구시합이 있었나보다. 튀니지의 유명한 맞수인 두 팀의 스폰서는 공교롭게도 삼성과 LG다. 지역마다 지역의 팀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튀니지 사람은 두 팀중에 한팀을 응원한다. 이곳에서도 두 팀의 선수복을 입은 청년들이 대부분인데 서로 돌을 던지고 물을 뿌리고 좀 심하다 싶게 장난을 한다.
아프리카의 사막한가운데의 작은 마을에서 삼성 옷을 입은 청년이 LG옷을 입은 청년에게 돌을 던지는 것을 보니 스포츠의 위력이 새삼스럽다.
튀니지에서 축구는 특히 절대적이다.
튀니지 남자들은 모이기만 하면 주초반에는 지난주에 열렸던 경기예기만 하고 주 후반에는 주말에 열릴 경기이야기만 한다고 할 정도다.
지역간의 경기에서 이긴 지역은 주말 시내에 시가행진이 벌어지고 차들도 멈춰서 경적을 울리고 광란한 청년들이 새벽까지 난리법석이다.
철저하게 남성위주인 이곳에 딱맞는 스포츠 최면현상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고 택시도 없다.
크사르 하다다 북쪽으로 메데닌까지의 산악지역은 크사르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차가 있다면 멋진 길을 드라이브 하고 10여개의 크사르를 둘러보는 코스를 둘러보면 좋았겠지만 크사르 하다다 북쪽으로는 행정구역상 메데닌주라서 대중교통으로는 종점과도 같다. 한 시간이면 버스가 온다는 기념품을 파는 청년에게 다시 물어보니 일요일이라서 버스가 안올지도 모른다고 한다. 난감한 순간 마침 승용차 한대가 들어오더니 커다란 사진기를 든 한 남자가 내렸다. 남자는 사진을 찍더니 크사르 안으로 들어가고 청년은 그 남자의 차를 타고 곰라센으로 가도록 말해주겠다고 한다.
20여분후에 나온 남자는 청년의 말을 듣고 나에게 끄덕이고 잠깐 음료수를 산다고 한다.
까페에 들어가서 코카콜라를 찾았지만 콜라가 없다고 하자 그냥 나온 남자의 차를 탔다. 코카콜라가 필요한데 콜라 아니면 안된다고 한다.
남자는 브라질 사람으로 튀니스에서 일했는데 브라질로 돌아가기 전에 보름정도 랜트를 해서 튀니지를 둘러보는 중이라고 한다. 여행안내소에서 준 공짜지도를 보여주며 어디를 추천해줄꺼냐고 묻기에 크사르 울레드 술탄과 시니니를 가보라고 이야기 했다.
메데닌에서부터 십여개의 크사르를 들려서 왔을 테지만 크사르 울레드 술탄이 가장 잘 지어졌다고 소개해 줬다. 크사르는 처음 봤을 때는 특이한 구조에 신기했지만 자꾸 보면 다 비슷비슷하게 여겨져서 감흥이 떨어지는데 짧은시간에 많은 곳을 본 사람이니 지금이 딱 그럴때 같다.
따따윈으로 가는 사람 번거롭지 않게 난 곰라센 입구에서 내렸다. 시가지를 구경하면서 걷고 산위의 모스크까지도 올라가 볼 생각이었다. 축구승리에 열광하는 청년들의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한적해진 시내를 걸어서 북쪽 산밑의 무너진 크사르위로 올라갔다. 이곳 크사르에는 산 바로 아래쪽은 큰 돌들이 굴러서 무너진 고르파도 있는데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 집을 가지지 못하고 토굴이나 다름없는 좁은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은 유목민에서 별로 나아진게 없다.
흙투성이의 청년하나가 나와서 고르파지붕을 넘어가는 지름길을 알려주고 자신은 굴로 다시 들어간다.
절벽위의 모스크
절벽아래의 모스크까지는 길이 나있지만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산을 넘을만한 곳이 있어 보였기 때문에 기어올라갔더니 산너머에 사람이 걸은 흔적이 보인다. 바위 사이를 넘어서 길을 따라가니 계단이 나오고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정상부는 작은 주그르타 테이블을 연상시켰다. 평평한 곳에 절벽끝에는 기도소가 있었고 곰라센 시가가 한눈에 들어왔다.
곰라센 시가는 양쪽에 벼랑사이에 난 골자기에 있어서 신비롭다. 올라와서 보니 모스크의 위치는 마을 모두를 볼 수 있고 멀리 따따윈과 괴르메사까지 막힘이 없다.
어떻게 이런 곳에 도시가 만들어졌을까. 이런 지형은 또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홍수로 만들어진 계곡이라면 사람이 살기 힘들텐데 그래서 언덕 아래에 살기 시작하다가 기술이 발달한 지금 아래쪽에서 사는건가? 그러고 보니 반대편 벼랑아래도 고르파들이 있다.
산을 돌아 내려오는 길에서는 강아지들의 강력한 제지를 받았다. 이번엔 두 마리가 교대로 덤비는데 작은놈들이 아니라서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보통 튀니지의 강아지들은 사람에게 주눅들어서 돌던지는 시늉을 하면 멈칫하는데 이녀석들은 물러설 기색이 없다.
한참을 실갱이한 후에 자세히보니 아래쪽에 새끼강아지들이 너뎃마리가 있다.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쫒아오는 녀석들에게 돌팔매로 시간을 번 후에 뒷걸음질로 산으로 다시 올라갔다.
산을 넘어 뒷길로 마을로 내려와서 뛰기 시작했다. 미리 알아둔 버스 시간에 몇분 남지 않았다. 광장을 지나 터미널로 향하는데 터미널에서 버스가 나와 모퉁이를 돌아멀어져간다. 아아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샌드위치를 사먹고 시가지를 어슬렁거리며 구경했다.
튀니스에서 따따윈으로 가는 신트리 버스가 이곳 곰라센을 지나기 때문에 저녁여덟시에도 돌아가는 차가 있었다. 가을쯤 해가 짧아지면 산위에서 해지는 모습을 보고 야경도 구경하고 내려와도 괜찮은 구경이 될 것 같다. 단 그때는 강아지들이 막아서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