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스의 진산 부가닌국립공원(576m)
튀니지는 사막의 나라지만 산도 많은 나라다.
그러나 외부에 튀니지의 산이 알려진바는 거의 없다. 그도 그럴것이 튀니지에서 등산이란 개념은 없는것과 같다.
생활의 여유가 없기도하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일반인들이 산을 오르며 여가를 즐기기도 어렵고 나무가 많은 북서쪽 아틀라스산맥은 알제리 국경과 가깝다.
기후와 식생이 더큰 원인일 수도 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과 황무지여서 나무도 적고 없을뿐아니라 지중해성 사막기후로 겨울에는 춥고 홍수가 나며 봄가을에는 벼락도 매우매우 자주친다. 등산을 한다면 맑은공기를 마시는게 아니라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뜨거운 태양에 몸을 상할각오를 해야한다. 솀비에 갔을 때는 1시간 정도 벼락을 피해서 계곡에 숨어 있어야 했다.
그러나 튀니지사람들도 등산이 좋은건 알고 있고 산을 경외하며 좋아한다.
북서쪽 휴양지인 아인드라함에는 1,000m의 산이 있는데 그곳은 누구나 올라가보고 싶어하는 소나무 숲속의 산이다.
튀니지에서 가장 높은산으로 모두를 정신적 상징으로 여기는 솀비(1,544m)는 입구부터 군인들이 막고 있지만 학생들은 그곳에 수학여행을 하며 산의 정기를 느끼고 공부한다. 사하라에서 시작된 북아프리카의 아틀라스 산맥은 솀비를 일으키고 튀니지에서 북쪽 앞으로 툭튀어나온 캡본반도의 끝에 시칠리아를 찌를듯 서있는 시디아비오드산(393m)에서 끝을맺는다.
튀니스에서 서쪽 알제리 국경도시인 칼랏트 시난에는 유그르타의 전설이 살아있는 주그르타 테이블(Table de Jugurtha, 1,271m)이 장엄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자구안산(1,295m)은 로마시대때 지어진 물의 신전에서 120킬로 이상 떨어진 튀니스까지 물을 공급했다.
부헤드마산(795m)은 튀니지에서 유일하게 남은 사바나의 식생대를 보여주고, 남부의 가베스에서 케빌리까지 구조대를 이루는 테바가산맥은 아무것도 없는 평원에 100킬로에 걸쳐 반달형으로 늘어서 있어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마트마타에서 따따윈을 거쳐 리비아의 날루트까지 사막지대의 융기형산악지형은 이지역만의 독특한 주거지와 창고를 만들어냈다.
부가닌산(Jebel Bougarnine 576m)은 산모양처럼 '두 개의 뿔'이란 뜻이다.
튀니스 남쪽에는 두 개의 산이 뚜렷하게 보이는데 왼편이 부가닌이고 오른편이 레싸스(795m)다.
포도주 생산지로 유명한 모나그의 레싸스는 매우 험하게 보여서 올라갈 수 없는듯 보이고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서 부가닌산을 알아보았다.
카르타고나, 시디부 사이드, 벨베데레파크등 어디에서도 한눈에 볼 수 있는 보가닌은 튀니지의 몇 안되는 국립공원이고 바다에서 바로 시작하기때문에 튀니지 사람들은 이 산을 가장 유명한 산으로 생각한다.
옛날부터 튀니스로 들어오는 배들이 이 부가닌산을 등대로 여기고 튀니스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튀니지의 산중 제일 유명한 산이 부가닌과 제일 높은 솀비라고 할 수 있다. 솀비도 갔기 때문에 다음글에 쓰도록 하겠다.
부가닌산으로 가는 방법은 아주 쉽다.
튀니스기차역(바르셀로나역)에서 출발하는 교외선 열차를 타고 650원(밀림)을 내고 아랫 두 스타드(Arret Du Stade)역에 내려서 등산을 시작하는것이다.
부코닌(Bou Kornine)역에서 시작할 수도 있으나 입구까지 멀어서 찾기 어렵고 함맘리프역에서 북으로 조금 올라가서 시작하는 부가닌의 정식코스는 군부대가 지키고 있는 정문을 통과하지 못할수가 있기 때문에 가지 않는것이 좋다. 솀비의 경우 여권을 맏기면 올라갈 수 있으나 부가닌에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여권과 상관없이 통제하고 있었다.
국철은 튀니스에서 카르타고와 시디부 사이드를 거쳐 라마르사까지 가는 선과 남쪽으로 내려가는 두 가지가 있는데 모두 낡은 기차를 이용해야 하기때문에 1등석을 타고 가는 것이 편하다. 수시로 검표를 하며 다니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 보호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축구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튀니스의 경기장으로 몰려드는 청년들이 많아서 곤욕을 치뤄야 한다.
그들은 동양인에 관심이 많으며 한 편으로는 무시하는 성향도 띈다.
흑인들을 예전에 노예로 부렸기 때문에 남아있는 인종차별도 똑같이 동양인에게 적용되고 중국, 일본, 한국 사람들은 특히 놀림감이 되기 쉽다.
이슬람교인 그들에게 불교는 웃음거리밖에 안되고 인기있는 성룡영화의 코믹한 모습또한 놀림거리다. (칭챙총하며 웃는다.)
물론 대장금이나 권상우(주아용이라고 불림)의 드라마가 인기여서 한국사람이라면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도 있다.
청년실업이 40%가 넘고 외국인들의 관광이 많은 나라며 정치적으로 억압이 심한 나라이기 때문에 아랍문화와 복합적으로 이들을 이해해야 하지만 당하는 사람에게는 짜증으로만 느껴질 수도 있다.
돌아가는 기차에서 어린친구들과 말을 나누었는데 아랍어는 거의 못하고 불어만 조금 할줄 알기 때문에 서로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불어를 제2공용어로 쓰기 때문에 잘하지만 역시 공부를 하는 친구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이다.
어째든 그들은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잘 다가서고 말을 섞는다. 여기에 퉁명스런 우리의 상식으론 친절하게 보일수도 무례하게 보일수도 있는것이다. 내가 받아들일 준비는 안되었지만 그들중 영리한 친구는 나에게 불어 연습상대가 되어주겠다고 나서며 나름 기념이 될 물건도 선물로 준다. 다른 친구들은 튀니지가 소매치기나 범죄가 많으니 조심하라며 자신들이 날 지켜준다고 나선다.
그러면서 검표원이 다가오자 한 친구는 열차의 문을 억지로 열어서 달리는 열차의 밖에 매달려 검표를 피한다.
또 함맘리프 역에서는 파키스탄과 인도에서도 일을 했다는 전직 학교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는데 외국인으로서의 어려움을 잘 알고 도와주려고 했다. 그분 때문에 수시로 바뀌는 열차 시간표도 얻고 1등석에 타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튀니지 곳곳을 혼자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어렵게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한결같은 생각과 마음이 있다. 외국인을 만나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자신을 소개하고 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또 이슬람인것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또 친구라고 여기면 바로 초대를 하고 무엇이든 대접하기를 즐긴다.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은 그곳의 풍경만큼이나 다채롭게 기억되어서 이젠 그곳의 풍경이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튀니스의 진산인 부가닌으로 가본다.
부가닌에서는 산을 돌아가는 군사용도로를 따라서 4시간 내외의 트래킹을 멋지게 즐길 수 있다.
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올라갈 수 없지만 1,2전망대를 에두르는 코스는 계속 사방막힘없이 즐거운 트레킹코스를 제공한다.
아렛 두 스타드 역에서 2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지만 도로이기 때문에 많이 힘들지 않다.
이곳에서는 함맘리프 앞의 튀니스만을 보는것이 장관이다.
구름이라도 끼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지중해의 옥색물빛이 황홀하게 다가와서 몇 시간을 보고 있어도 지겹지 않다.
또 맑은날이 많고 시야가 엄청좋은 지중해에서도 북아프리카이기 때문인지 시디부 사이드와 카르타고의 세인트 루이스 성당까지 보인다.
보가닌은 세번을 갔는데 처음에는 혼자 두번째는 둘이 세번째는 세명이 갔다. 두 번째는 반대로 2전망대에서 아렛 두 스타드역으로 내려갔는데 이곳 내리막길은 지중해바다를 향해 가는 느낌을 줘서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부가닌 정상이 바로 머리위에 보일때쯤 갈림길이 나오고 직진하면 2전망대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위로 올라가면 고갯마루로 가는 길이다.
일단은 전망대로 가본다. 이곳 전망대쪽에서 보는 함맘리프와 부가닌의 전망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낡고 부서진 전망대지만 흰색으로 칠해 놓아서 사진찍기는 좋다.
또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이제부터는 계속 조금씩 내리막인 도로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자연을 만끽하면서 구름위를 걷듯 즐기면 된다.
이제 위에사진처럼 산윗부분을 가로지르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3킬로 1시간정도만 걸으면 1전망대가 나온다.
길가에는 소나무가 있고 왼편 멀리는 레싸스산이 신비한 모습을 보이고 뒤를 돌아보면 보가닌이 뚜렷하다.
전망대위에서의 조망은 바다쪽을 보는 것과는 다른 장쾌함이 있다.
평야가 적은 나라에서 살아서 그런지 이런 넓고 평평하고 좋은땅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넓어진다고 해야 하나?
튀니스너머까지 끝없는 평원이 펼쳐져있어 왜 예전에 카르타고가 번성했는지 왜 로마시대때는 로마의 곡창지대였는지 가늠할만 하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는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보이는데 아마 이곳은 경비를 서는 곳 같다.
폐허나 다름없는 1전망대와 달리 아래부터 잠겨있어 위로 못올라가고 위에는 군용 전화기와 간단한 집기들이 있다.
튀니지의 산을 오르다 보면 멀리서도 한눈에 일정한 선이 보이는것을 볼 수 있다.
방화선이라고 짐작은 하지만 그 규모나 과감함이 엄청나다. 산의 정상에서 부터 보통 두줄이나 세줄로 내려오는데 너비가 20미터쯤 된다.
대한민국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풍경이 아닌가? 산에 바리깡을 대놓다니. 게다가 여긴 국립공원이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봐도 한눈에 산을 그린 선이 보인다.튀니스에 벨베데레파크에 올라가서 자세히 보니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제 막 만든것도 있고 주기적으로 제초작업을 아주 깔끔하게 해 놓아서 유사시에는 정상까지 바로 오르내릴 수 있겠다.
탱크같은것으로 말이다.
이런 모양은 솀비나 기타 유명한 산에 특히 정상에 군부대가 주둔한 산에 반드시 있었다.
1전망대를 출발한지 약 6킬로 2시간을 걸으면 올리브 밭이 나온다. 지방에서는 봤지만 이렇게 가지런한 올리브 밭은 튀니스 근처에서는 처음이라 사진을 찍는다.
이 올리브 밭에서 산아래로 내려가면 보코닌역이나 함맘리프로 갈 수 있는 길을 만나게 되고, 돌무더기로 막아놓은 임도를 따라 넘어가면 함맘리프에서 올라오는 정상가는 길과 만나게 된다. 말만 잘하면 별 제지없이 정문을 통과할 수 있지만.. 올리브 밭을 따라서 마을로 내려간다.
여기까지 오는데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거의 4시간이 걸렸다.
진한 솔향기를 맡을 수도 있었고 올리브밭에서는 북아프리카 토종거북이와 커다란 달팽이 그리고 멧돼지의 배설물도 볼 수 있었다.
산을 도는 동안 아무도만날 수 없었고 세 번 등산할 동안 비가올때도 있었고 맑은날도 있었다.
첫번째 등산때는 올리브밭 너머의 야산을 올라갔는데 사람의 흔적도 있고 길도 있는데 정상에서 끊겨 내려올때는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와야 했다. 건조한 지대여서 그런지 거의 모든 식물들은 단단한 가시를 가지고 있었고 억세다.
한국에서처럼 길을 뚫고 나아가는 것은 바늘에 온몸을 찔리겠다는 것이다.
어떤 식물의 가시는 찔리면 기생충이 몸을 파고들기도 하고 독이 있다고도 하는 말을 듣고는 다시는 튀니지에서 길없는 길을 가진 않았다.
이정도 코스로 임도를 따라서 한바퀴 도는 길은 훌륭한 트래킹코스라고 생각된다.
한국에 온지 한참 지났어도 이곳 부가닌 산을 돌았을 때의 생각이 가장 많이 나고 튀니지란 나라를 멋있는 나라로 보게 된것도 이곳을 갔다온 다음이라 할 수 있다.
<끝>
현지불어식 발음으로는 부가르닌느에 가깝지만 공식표기는 부코르닌이고 사람에 따라서 보코닌(영어식발음), 부가닌으로 부른다. 현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부가닌을 기준으로 혼용하여 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