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윈축제
2009년 31회 따따윈 축제를 방문했다. 공식명칭은 따따윈 크사르 국제페스티발 또는 사하라 따따윈의 크사르와 함께하는 국제축제라고 해야할 듯한데 굳이 크사르를 넣은 이유는 말안해도 될 듯하다. 토저의 사막 축제는 연말을 전후해서 열리는데 이곳은 3월 말에 열려서 춥지 않다. 모래폭풍이지난지 얼마 안되어 간혹 돌풍이 불긴했지만 무척 화창하고 좋은 기후여서 관광하기에는 최적의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축제가 있다는 것을 듣고 관심을 보이자 따따윈에 사는 학생이 나를 초대했다. 축제 하루전에 도착해서 3박4일간 학생의 집에 머물며 학생의 친구들과 시가지를 배회하고 축제 구경을 했다. 거의 아들뻘이지만 마치 어릴적 동네친구들처럼 따따윈을 4일간 배회하다보니 그냥 관광지를 방문할 때와는 달리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첫날은 집에서 만찬을 하며 가족들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고 둘째날은 시가지를 배회하며 이곳 사람처럼 시내에서 차를 마시며 하루종일 앉아있기도 했고 저녁에는 한친구의 집에모여 또 다른 이야기꽃을 피웠다. 세째날은 따따윈산을 올랐고 학생아버지의 차로 시가지에서 보이는 산을 오르고 여러곳을 구경했다. (따따윈 산을 오른 것은 별도의 글로 작성했다.) 그리고 마지막날은 대망의 따따윈 축제를 관람했다.
학생의 집은 시가지가까운 곳의 골목에 있었는데 좁은 골목의 문을 들어서면 아랍식의 사각형 마당이 나오고 빙둘러 식구들이 사는 공간이 분리되어있었고 나는 입구의 너른 방에 머물렀다. 잘때는 식탁을 치우고 메트리스를 깔고 학생과 잤고 하루에 한 번씩 외식을 한 것 말고는 6~7끼정도를 이곳에서 먹은 것 같은데 손님을 왕처럼 대접한다는 아랍의 전통을 현대의 의미로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식사후에는 항상 과일과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고 차는 각종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했다. 튀니지의 전통 디저트라는 디즈구구는 보기는 좋지만 달아도 너무 달고 따따윈의 전통과자 코른 두 가젤(가젤의 뿔)은 아몬드를 잔뜩 넣은 만두같은 것을 튀겨 설탕시럽에 담근것으로 달아도 너무 달다. 모든 디저트는 달아도 너무 달고 커피에는 설탕이 절반이고 차에는 설탕이 삼분의 일이다. 대체로 이곳에서는 체형만 봐도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디저트 때문일 것이다. 사실 라마단도 낮동안 금식이지만 해가 진 직후 만찬을 하고 밤 열두시쯤에 또 먹고 새벽일찍 해뜨기전에 또 먹기 때문에 한달동안 모두 살이 엄청 찐다고 한다. 간헐적 단식이 살빠진다는 건 거짓말이다.
어째든 둘째날 저녁 학생 친구의 집에모여 식사를 하면서 여러이야기를 했지만 가장 큰 주제는 아랍의 전통인 손님 접대에 관한 것이었다. 이곳에 손님을 대접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는 어떤지 사실 잘 몰랐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는건 좋은 경험이었다. 요약하자면 원래 손님 접대는 한 달이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융성한 대접은 보름정도이고 보름정도는 친척이나 잘 아는 사람이며 보통 일주일 정도를 손님접대하는 집은 훌륭한 가문으로 칠수 있는데 요즘은 이것도 3일전후이며 하루를 잘 대접해도 음식이나 (안방까지 내준다는) 접대의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전통을 생각하지만 현대로 들어서면서 겪는 사회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다는게 오히려 이나라가 덜 발전된 탓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르바에서 버스운전을 한다는 친구는 실제로 이런 전통을 악용해서 지방 출장시에 숙박비를 아끼려고 아는사람의 집에 들러 일주일씩 머물며 몇 달간이고 무전취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있고 사람들은 알면서도 눈감아주지만 점점 인심이 사나워 지고 있다고 한다. 자신도 처음에는 아는 사람의 집에 방문했는데 이제는 더 아는 사람도 없어 집을 얻었다고 했다. 나도 무척 많은 사람들의 초대를 받았지만 항상 거절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융성하게 대접을 받은것 같았다. 초대하는 입장에서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만 초대한 사람도 자신이 낮선 사람을 초대해서 대접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면도 분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축제가 열린 시가지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간이 놀이시설은 축제가 시작되었는데도 완성되지 않았고 시가지에는 젊은이들이 모인 곳마다 테크토닉이라는 춤을 추고 구경하고 있다. 아랍지역이고 특히 남부라서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남자고 호객을 위해 춤추는 젊은이들도 모두 남자다.
전통공예품시장 주변은 축제시설이 만들어져있고 특이하게 입장료를 받는다 우리돈으로 100원쯤인가 이건 신기한게 꼭 축제장이 아니어도 가베스에서 여름에 열린 장터에서도 입장료를 받았다. (그것도 축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가베스에서는 옷가게와 기념품 가게들밖에 없었다.) 어째든 안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5일장의 풍경과 비슷하게 옷도 팔고 온갖 물건을 팔고 있고 한편에는 천막안에서 전통풍경을 재현하기위해 할머니들이 앉아있다.
공예품시장 안은 오히려 한가하다. 이곳은 축제와 상관없이 따따윈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곳인것 같다.
공예품시장을 둘러보고 있을때 밖에서 떠들석한 소리가 들렸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시가지를 다니며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피리를 물고 북을치며 춤을 추면서 떠들석하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공예품시장안의 광장에 일단 모여서 돌아가면서 춤을 추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빙둘러서 박수를 치며 구경한다. 국제 페스티벌답게 알제리 사람과 요르단 사람도 있고 축제때는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참가했고 튀니지 사람들도 지역별로 다른 복색을 한 사람들이 몇 팀이 있었다. 팀별로 돌아가면서 마당에서 한차례씩 공연을 하고 마지막은 항아리 탑을 쌓고 춤을 추는 튀니지 사람이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고 다시 행렬은 음악을 울리며 시가지로 이동한다.
시가지의 중앙 광장에 축제준비본부가 있는 곳으로 보이는 곳에서 한차례 더 큰 공연이 펼쳐지고 이곳에서는 요르단 사람도 검은색 옷을 입고 근엄하게 시연을 하고 마지막은 역시 항아리 탑을 쌓은 사람의 공연이다. 내일은 진짜 축제장(마하르젠)으로 가서 축제를 구경할 예정이다.
아침에 축제장을 찾았다. 축제장은 따따윈 북쪽 터미널근처에 있는 대형 경기장이었는데 축제중에는 실제로 말이 경주를 하듯 한바퀴 돌기도 했다. 조그만 스탠드에는 벌써 사람들이 가득차있어서 아래쪽에 겨우 앉았는데 축제중에도 사람들은 계속 조금씩 늘어났다.
축제는 순서가 있는것 같은데 안내는 못봤지만 처음에는 각나라 팀별로 말탄 기수들이 도열을 하고 스탠드까지 왔다가 돌아서서 한 100미터 정도 질주를 하는것을 계속 반복하다가 말미에는 축제장을 한바퀴 도는 경주가 두차례 열렸고 이어서 낙타부대도 등장하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전통복장으로 걸어가면서 행렬은 마무리 되고 또 모두 내려가서 피리를 불고 춤을 추며 끝을 맺는다. 물론 가장 하이라이트는 항아리탑 춤을 추는 광경이다.
중간에 말에서 질주하던 사람이 떨어져 축제가 중단되고 구급차가 지나간 후에 경주가 열려서 모든 행사가 다 치뤄진것 같지는 않지만 호전적으로 말에서 총을 쏘는 알제리 사람들과 근엄하게 검은색으로 빼입은 잘생긴 요르단 사람들에 대해서 아랍의 종주국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따따윈의 젊음이들은 모두 모인양 축제 말미에는 축제장이 사람들로 가득찼고 사실 말이나 낙타, 그냥 사람들 뿐인데도 모두들 집중해서 바라보는게 신기했다. 그냥 한가한 시골동네일 수도 있지만 이런 축제가 있어서 사막의 중심지라는 자부심이 생길것이다. 두즈의 축제는 영상으로만 봤지만 낙타에 관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주제가 있는것 같고 이곳은 토저의 축제와 비슷한 것 같은데 토저의 축제는 좀더 잘 차려져있다면 이곳은 사람들이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것 같았다. 깔끔하게 도열하고 잘 갖춰서 행진하는것보다 꾸미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걷고 약간 엉성한듯한 진행이 이곳 사람들의 삶과 닮아있는것 같고 뭔가 느끼기에는 더 좋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