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따따윈)

[메데닌]크사르탐방

monsieur 2011. 7. 25. 21:06

 크사르(Ksar,Qasr) 

 

메데닌과 따따윈 주변에는 수많은 베르베르족의 창고인 크사르들이 있다. 크사르(Ksar)라면 요새나 성으로 번역되지만 튀니지의 메데닌과 따따윈 주변의 크사르들(크수르, Ksours)은 요새보다 주로 창고의 기능을 하고 있다. 튀니지와 가까운 리비아의 날루트(Nalut) 주변 산악지대에 있는 크사르는 요새와 같이 크고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폐쇄적인데 튀니지 지역의 크사르들은 집과 같이 작고 개방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사막의 마을에는 크사르가 하나이상은 있기 때문에 200여개가 넘었다고 하나 지금 남은 크사르중에 규모가 크고 보존상태가 좋은것만 30여개쯤 된다. 크사르들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모양을 하고 있고 보존상태나 쓰임새도 제각각이다.

대표적으로 많이 방문하는 크사르는 스타워즈 촬영지였던 크사르 울레드 술탄크사르 하다다이고 그밖에는 호텔로 사용되는 크사르 울레드 데베브, 메데닌 시가에 있는 크사르 메데닌, 산정상의 황량한 풍경을 보여주는 크사르 줌마와 오아시스마을의 크사르 하울레프, 교통이 좋은 크사르 메타뮤 등이다.

사막한가운데 있는 크사르 길란은 로마시대부터 요새가 있던 곳으로 다른 북아프리카 지역과 같이 요새의 의미로 쓰였다.

 

 

 크사르 메타뮤 

 

이번에 방문한 곳은 교통이 좋은 크사르 메타뮤와 메데닌 시내에 있는 크사르 메데닌이다.

먼저 메데닌 북쪽에있는 크사르 메타뮤를 찾아간다. 가베스에서 출발해서 루아지 기사에게 메타뮤에 내려달라고 했다. 메데닌 거의 근처에 채석장이 있는 언덕을 넘자 오른쪽 마을의 야트막한 언덕에 크사르 건물이 눈에 띈다.

마을 입구에 내려서 1km쯤 걸어들어가니 메타뮤 간판과 함께 작은 마을이 나온다. 마을로 들어가니 언덕의 중반부터 크사르들이 보인다.

 

모두 폐허처럼 버려졌지만 코닥필름 표시나 기념품가게의 흔적으로 봐선 한동안 관광객이 많이 방문했던 곳임을 알 수 있다.

특징적으로 메타뮤의 크사르는 커다란 아치가 있다. 고르파(창고 하나)의 수도 적지만 창고라기 보다 집에 가깝게 크고 광장도 규모에 비해 무척 넓다. 실제로 이곳은 창고겸 주거지로 사용되었던것 같다.

 

 

이곳은 마트마타의 산군이 급격하게 산의 모습에서 평지로 바뀌는 곳이어서 사람들이 모여살고 시장이 있을 만한 곳이다. 마트마타에서 투젠으로 이어지는 산속에는 크사르가 안보인다. 산속에는 경작지도 적고 인구도 적어서 굳이 크사르를 지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두즈나 토저같은 사막은 돌을 구하지 못해 이런 구조물을 못지었을 것이다. 또한 일찍부터 농경이 발달한 해변과 북쪽은 이런 크사르가 아니라 아예 높은 성벽을 쌓은 메디나와 리밧, 카스바를 지었다. 

현재 크사르 메타뮤가 튀니지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창고인 셈이다.

 

창고의 한쪽면은 까페와 식당으로 운영중인데 방문자가 있기는 한지 걱정된다. 청년 한명이 한창 음식을 준비하는 중인것 같은데 뜨거운 햇볕때문인지 어느동네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차마시는 사람조차 없다.

스타워즈가 한창 인기일때는 호텔로도 사용되었다고하는데 실제 촬영장이었던 크사르 하다다 호텔도 문을 닫은 마당에 이곳이야 오죽할까.

 

 

메타뮤와 붙어있는 모스크의 증축공사도 지지부진해 보인다. 튀니지의 모든 공사현장에서 볼 수 있는 구멍뚫린 커다란 빨간 벽돌로 아치까지 정교하게 만들었는데 볼때마다 항상 신기하다.

 

 크사르 메데닌 

 

이제 메데닌 시내로 가서 크사르 메데닌을 찾아본다. 모래바람이 한창 불고 있어서 정류장에 있는 까페에서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바로 루아지가 왔다.

메데닌은 사방으로 길이 발달한 평지에 위치하고 있고 도시가 큰편이다. 루아지 정류장도 다섯개가 있는데 장거리를 가는 루아지와 버스가 서는 터미널과 제르바 등으로 가는 중거리 터미널 그리고 서북쪽이나 동남쪽으로 가는 단거리 루아지용 정류장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찾아가기 힘들다. 나도 여러번 사람들에게 물어서 길을 찾았지만 외국 관광객들도 수차례 나에게 터미널을 물어보았다.

 

외곽에 있는 터미널과 달리 단거리용 루아지는 시내에 정류장이 있고 대충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내 중심에 있는 크사르 메데닌까지는 물어가며 걸어서 갈 수 있었다.

 

크사르 메데닌은 의외로 큰 규모다. 사람이 많이 모여살던 메데닌의 중심에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보통의 크사르와는 다른 분위기가 사뭇다르다. 색부터 회색계열이고 깔끔하게 단장한데다 새개의 구멍으로 만들어진 환기구에 문까지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기념품 가게들이 여러곳 영업중이고 호객행위도 한다. 마당가운데는 우물도 있다.

이곳은 산속이나 높은곳에 위치하고 곡식을 공동으로 지키는 크사르가 아니라 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아랍스타일의 광장을 크사르의 형태로 만든 것이다.

 

 

크사르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 올라가보니 크사르의 구조와 주변이 잘 보인다.

크사르 메데닌은 3개의 구조로 되어있는데 첫째는 사각형의 크사르와 둘째는 북쪽에 있는 메데닌 박물관 그리고 세번째는 둘 사이의 길가에 있는 크사르다.

길 양옆으로 설치된 창고들은 전형적인 크사르의 곡선과 불규칙한 높이로 전통 크사르의 모양을 잘 표현하고 있다.

지금도 일부크사르에는 사람이 살고 있고 자재를 넣어두는 창고로도 사용되고 있다. 통로 끝은 메데닌 시장이다.

 

 

 메데닌 전통박물관 

 

크사르 메데닌의 북쪽 크사르는 어떤 부유한 가문소유의 크사르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설 박물관으로 꾸며졌다.

안에는 작은 계단식 공연장도 있고 정원도 잘 꾸며놓았다.

바깥쪽에는 전통 생활방식을 표현한 전시물들이 있고 안에는 농기구나 뜬금없는 세계의 화폐전시도 해 놓았다.

특이한 것은 안쪽 공간의 복잡함이다. 하나의 창고에 하나의 입구가 있는게 아니라 창고들이 서로 연결되어서 많은 공간이 있는것이다.

안에는 대장간이나 학교까지 있을 정도로 넓고 다양하게 공간 구성을 해 놓았는데 이정도의 공간이면 사람이 살기에 부족함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객이 적은 봄철이어서인지 입장권을 받았던 청년은 나를 따라다니며 일일이 설명을 해준다.

전시관을 다 둘러보고 나오자 바깥에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준비해둔 차를 따라준다. 이곳의 주인인듯 보이는 할아버지는 나에게 간단한 이곳의 역사를 이야기 해주며 청년에게 잘 설명해 주라고 다시한번 다그친다.

청년은 나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연락을 하라고 한다. 자신이 독일어 영어 불어를 할 수 있고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는데 대화를 하면 빨리 언어를 익힐 수 있으니 대화상대가 되어주겠단다. 관광지에는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능력있는 젊은이에게 푼돈이나 받는 관광지의 안내원은 좋은 직장은 아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