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스팍스]돌고래섬 께르께나와 해변조각공원 마흐레즈

monsieur 2010. 12. 8. 21:58

스팍스(Sfax)는 튀니지 제2의 도시다.

인구 37만명이 모여사는 무역항이며 남부의 공업중심지다.

일찍부터 상공업이 발달한 스팍스 사람들은 이재에 밝다못해 튀니지 사람들사이에서도 유명할 정도라서 수도 튀니스에는 스팍시안이 따로 모여살고있다고 알고 있다. 전통적으로 상거래가 발달한 아랍에서도 이재에 밝다고 소문난다는건 그만큼 이곳 사람들이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고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팍스의 위치는 남아프리카라면 사바나에 해당하지만 이곳은 초원대신 끝이 없는 올리브 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올리브나무는 심은지 30년 정도 되어야 수확을 시작하는데 500년까지 산다고 한다. 스팍스 주위의 올리브 나무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끝없이 펼쳐지는데 스팍스 북쪽에 있는 엘젬은 로마시대때에도 이 올리브를 통한 엄청난 부를 이루어 로마의 콜롯세움과 검투사 훈련장으로 유명한 카푸아의 원형경기장 다음으로 큰 3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경기장을 지을 수 있었다.

 

 

오늘 갈 곳은 스팍스 앞 바다에서 스팍스항구의 풍랑을 막아주는 것처럼 있는 께르께나 군도다.

께르께나는 돌고래란 뜻이고 한국의 안면도만한 크기에 큰섬 2개와 작은 여러섬들이 거의 붙어 있다. 평균고도가 8미터로 평지에 가까운 섬에서는 어업을 주로하고 있고 매년 3월 문어축제가 열린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외국인들을 위한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도 잘 갖추어져 있어 휴양와서 몇 개월씩 머무는 유럽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튀니지에서 유일한 정기노선의 배편을이용하는 것이 큰 매력이다. 정기 선편은 제르바와 이곳이 유일한데 제르바는 짧고 부그라라 만으로 흘러드는 물살이 세서 맑은 지중해바다를 느끼기 어렵다. 오늘은 단지 맑은 지중해 바다를 배타고 건너가는 것이 목적이다. 가는 중에 돌고래도 볼 수 있으면 좋은데 요즘은 철이 아니라고 한다.

 

 

 

스팍스역에 내려서 계속 직진으로 걷다가 로터리가 나오면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가까이에 바다가 살짝 보이고 바다와 붙어있는 호수가를 돌아가면 께르께나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 나온다.

마침 배에서 내렸는지 사람들이 우르르 바쁜걸음으로 선착장에서 나오고 매표소 안에는 30여명의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초등학교 456학년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인데 께르께나로 축구를 하러 간단다. 체육복차림의 여자 선생님 두명이 아이들을 인솔하는데 버거워 보인다. 빤히 보는 아이들에게 아랍어 몇마디를 하니까 다가와서 뭐라고 하는데 대충은 알아듯겠다. 동양인을 보면 하는 말은 뻔하고 남한이냐 북한이냐? 께르께나에 왜 가느냐? 주아용을 아느냐 뭐 그런거다. 주아용은 권상우가 나온 드라마의 극중이름인데 준영인지 하여튼 발음이 잘안되어서 주아영이나 주아용으로 부른다고 한다. 합장을 하면서 인사하거나 칭챙총하면서 칼싸움 흉내내지 않고 주아용이라고 부르면 아주 호의적인거다.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를 끌어서 할아버지들도 지나갈때 작은 소리로 주아용 뭐라고한다.

 

 

많은 사람이 타도 넉넉한 큰 배에 차들이 후진으로 하나씩 대고 드디어 출발이다.

배의 제일 위로 올라가니 천막을 쳐놓고 의자를 가지런히 놓아서 바다구경하기 좋게 되어있다.

항구에는 4척의 배가 있어서 돌아가면서 운항을 하고 있었고 스팍스항으로 들어오려는 화물선이 많이 보인다.

날도 맑고 바다색도 좋고 흥겨운 아랍음악까지 나오는게 분위기가 제법이다.

섬가까이 가자 바닥이 훤하게 보인다. 그리고 독살처럼 바다에 설치한 어구들이 많이 보인다. 수심이 상당히 낮은 모양이다.

 

  

도로 1시간이 걸려서 가리비 섬의 시디유세프항구에 닿는다. 까르까나 군도는 셰르귀섬과 가리비섬 두개의 큰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있어 하나의 섬과 같다. 섬과 섬사이의 다리도 작은 개천에 놓인 다리처럼 짧다.

항구에는 배시간에 맞춰 택시와 루아지가 기다리고 있어 섬의 중심마을인 렘라로 간다.

휴양지로 쉬기에는 좋지만 섬에서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는 없다. 그래서 그나마 알려진 램라의 바닷가에 있는 작은 모스크를 찾아가기로 한다.

낡은 옷과 과일을 파는 시장을 지나 바다쪽으로 향하니 바로 한적한 길이 나오고 깔끔하게 단장한 해변길따라 하얀 모스크가 보인다.

해변에는 깔끔한 돌고래호텔에 주인이 화단에 물을 주며 단장하고 있고 작은 배들이 얕은 바다에 떠있다.

 

 

돌아가는 배시간에 미리 도착하려고 조금 일찍 나섰다. 배가 두시간에 한대씩 있기 때문에 시간에 여유를 두고 움직여야 한다.

샌드위치를 먹고 루아지를 탔는데 앞자리에 탄 사람이 한국말로 말을 건다.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 2세지만 한국어를 잘하고 아랍어와 불어도 아주 잘한다. 큰 가방에 기타까지 메고 안다녀본 나라가 없단다. 60여개 나라를 다녔는데 특히 중동지방을 많이 다녔고 프랑스에서는 1년간 일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께르께나에서는 해변에 게스트 하우스에서 며칠간 쉬었다가 이제 토저로 간다고 한다.

내 다음 목적지가 기차로 이동하는 마흐레즈라서 토저로 가는 기차를 같이 타고갈때까지 심심하지 않게 이야기 하며 동행했다.

아랍어를 잘하는게 가장 부러웠는데 언어에 구속되는 일이 없으니 남들이 가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자유롭게 다닐수 있는것이리라.

 

 

 마흐레즈 조각공원

스팍스에서 가까운 마흐레즈는 해변에 조각공원으로 유명하다. 기차에서는 볼 수 없지만 차로 갈때는 해변 바로 옆으로 도로가 지나기 때문에 조각작품들을 볼 수 있다. 역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바로 해변이다. 해수욕장으로 생각했지만 해변은 모래가 없는 그냥 해변이었다.

눈에 잘띄는 커다란 로보트를 비롯해서 주로 재활용품으로 만든 작품들이 많았는데 매년 조각축제를 할때마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의 조각가들 까지 참가해서 새로운 조각들을 더 추가한다고 한다.

해변에는 까페도 있고 의자를 놓고 간이로 까페도 운영하고 있다. 이보다 북쪽에는 휴양할 수 있는 깨끗한 해변이 있다고 한다.

 

 

돌아가는 것도 기차를 이용했다. 기차역은 아담하고 조용했고 하루에  정차하는 열차도 몇대 되지 않는다.

열차시간이 남아서 대합실에서 기다리는데 역장 할아버지가 부른다. 차한잔 하며 기다리라고 해서 역무실로 들어갔다.

마흐레즈 역은 이용하는 사람이 적고 정차도 별로 안하기 때문에 한 명이 근무하는데 3교대로 하고 있다.  신호기와 매표용 낡은 컴퓨터 단말기 앞에서 설명을 해 주시고 포즈도 취하고 커피도 끓여 주신다. 25년전에 처음 역무원으로 일할때의 임금이 25만원정도였는데 지금 임금이 45만원밖에 되지 않아서 생활이 안된다고 하신다. 튀니지의 물가가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현재만 보아도 초급 엔지니어가 65만원 정도를 받는데 25년이 넘게 일한 역무원의 임금이 너무 낮다. 기초 생필품 이외에는 물가가 싼편도 아니어서 이들의 빈곤감은 더 심한것 같다.

어디를 가나 하루종일 길가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물담배를 하는 사람들이 의아하고 신기했는데 커피한잔에 150원에서 400원 정도 하고 점심도 먹지 않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새벽 다섯시부터 까페에 앉아 있을 지언정 남자들은 집안에 있지 않는 아랍의 전통과 덥고 따가운 햇빛에 밖에서 활동하는것도 쉽지 않으니 진한 커피나 담배말고는 시름을 잊어버릴 방법이 없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