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자연

캡본 반도 둘러보기

monsieur 2010. 12. 6. 01:00

본반도를 둘러보기로 했다.

튀니스에서 가까이 있고 모양이 특이하고 바다가 좋다고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일단 나섰다.

대중교통에 대해서 정확하게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교통이 좋은 나불에서 켈리비아까지를 목표로 하고 시간이 허락하면 캡본과 께르꾸안까지 들러보고 역으로 돌아오는것을 목표로 했다.

튀니스에서 나불로 가는 버스는 튀니스의 남부버스터미널이 있는 밥알리와에 있다.

별도의 창구에서 매표를 하고 있는데 조금 늦게 출발해서 8시에 출발하는 캡본으로 가는 버스가 막 출발해버렸다.

미리 알았더라면 캡본을 먼저보고 나불로 역순으로 돌 수 있었지만 하는 수 없다.

나불행표를 사서 빨간색이 산뜻한 버스에 오르니 시설이 아주 좋다. 좌석은 비행기 좌석과 같고 위성TV까지 설치되어있다.

나불에 내려 켈리비아행 버스 시간을 보니 이것도 막 출발했고 한시간 반이상 기다려야 한다.

할 수 없이 루아지를 타야 하는데 버스 터미널에 있는 루아지들은 수스나 튀니스 하마멧등으로 가는 것이고 캡본쪽은 따로 터미널이 있단다. 거리가 조금 멀지만 나불 시내도 구경할겸 걸어서 물어가며 가본다.

 

 

불 시가는 상당히 발달했다. 금요일에는 도자기 시장이 열린다는데 아주 유명하고 활기차다고 소개되어있어 가보리라 마음먹었던 터라 오늘은 시가를 눈에 확실히 익히려 했다. 마냥 걸을 수는 없는 일이어서 똘똘해 보이는 청년들에게 길을 물었다. 하지만 불어를 잘 못하는지 장난치는건지 열심히 설명해주지만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반대로 알려준다. 청년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 조금 걷다가 다시 서류가방을 든 중년의 신사에게 길을 물어본다. 역시 내가생각했던대로 반대방향이다. 정확하게 1킬로쯤 된다고 거리까지 알려준다.

한적한 길이 나올때 까지 걸었을때 마지막으로 길가의 까페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니 잘 찾아왔다. 큰길로 길을 갔으면 쉬웠지만 골목길로 왔기 때문에 지저분한 공터를 지나서 루아지 터미널이 나타났다. 까페에서 길을 알려준 사람은 내가 아랍어로 인사한다고 아주 좋아하며 예기좀 하자고 하는데 아랍어 실력이 형편없어서 미안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캡본방향으로 가는 루아지터미널은 비에 젖은 흙바닥에 간이로 만들어놓았지만 매표창구도 있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바로 옆이 도자기를 판매하는 노점들이 있는 곳이다. 나불은 튀니지에서도 가장 유명한 도자기 산지인데 품질은 떨어지지만 화려한 색상과 저렴한 가격때문에 수출도 많이 한다고 한다.

켈리비아로가는 길은 튀니지에서도 처음본 농촌풍경이다. 간간이 바다가 맑게 보이고 아주 너른 들판에 젖소와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온통 초록이 지천인 곳에 기다란 배추같은 베스베스를 가득실은 차들이 지나간다. 베스베스는 셀러드로 많이 먹는 튀니지 사람이 좋아하는 야채인데 먹으면 화장품 냄새가 나서 처음엔 별로였지만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튀니지의 베스베스는 다 이곳에서 난다고 생각할 만큼 계속 차들이 지나간다.

 

 

 캘리비아성

리비아에 도착했다. 캘리비아입구부터 산위에 있는 성을 그려놓은 간판이 보이고 멀리 시가지쪽으로 성이 얼핏보인다.

터미널앞에는 캡본쪽으로 가는 택시와 합승택시들이 서있다. 기사들에게 물어보니 바가지를 씌우려는 기사와 합승택시 기사가 나를 빼앗으려고 싸운다. 먼저 캘리비아성으로 가는게 낫겠다 싶어 물어보니 시가지쪽으로 조금 걸어가서 다른 합승택시를 타란다.

캘리비아 성으로 올라가는 택시는 4명을 기다리는게 아니고 시내(상트레빌)와 성을 계속 왕복해서 다니고 있었다. 혼자서 500밀림(원)을 내고 가파른 길을 올라서 성앞에 내리니 깔끔한 주변이 눈에 띄인다. 우거진 숲 너머로 바다가 보이고 높은 성벽사이로 입구가 만들어졌는데 입구의 높은 벽에는 각 나라 언어로 캘리비아성의 역사와 개관을 설명하고 있다.

성에 들어가니 안쪽은 폐허가된 옛집터들과 건물들이 있고 성벽안쪽으로 한바퀴 돌 수 있게 잘 정비를 해 놓았다.

한쪽에는 등대시설이 있어서 지금도 항구의 등대로 사용되고 있고 항구쪽엔 커다란 대포가 위협을 가하듯 놓여있다.

튀니지 전체에서도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곳은 로마와 카르타고의 1차 포에니 전쟁때 로마인들이 가장 먼저 점령한 곳이기도 하다.

캡본을 돌아가면 튀니스만안쪽에 카르타고가 보이고 육로로는 산으로 막혀있는 곳이기 때문에 로마인들은 이곳에서 카르타고의 작은 성들의 항복을 받은 후에 캡본 앞바다에서 싸워 카르타고의 해군을 물리쳤다.

 

 

몇몇 관광객들도 멋진 바다의 풍광을 즐기며 이곳에 와있고 성바깥둘레로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인다.

밤에는 여느 관광지처럼 야간 조명을 하는것 같다. 성아래쪽에 덩치가 좋은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운동삼아서 거의 매일 올라온단다.

바다쪽으로 걸어서 내려가는 동안 학생들은 너무 민망하게 손을 흔들며 환호를 보내온다. 튀니스와 달리 여기선 동양인 자주 못볼테니 이해해야 할 것같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서 캡본을 둘러보는게 늦어질 것 같다. 바닷가와 항구풍경은 다음을 기약하고 합승택시를 타고 캡본까지 간다. 1인당 2.5디나르쯤 했다. 중간에 세계문화유산인 께르꾸안유적지 입구를 지나는데 결국 가보진 못했다. 튀니지의 페니키아 유적중 가장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가봐야 할 곳이었지만 자꾸 미루다가 못가본것이 후회되는 곳중 하나다.

 

 

양쪽에 숲이 우거진 한적한 산길을 10여킬로쯤 가자 멀리 캡본산이 멋진 풍광을 보인다.

그 아래 바닷가에는 알제리에서 튀니지를 거쳐 해저로 이탈리아까지 가는 송유관로를 위한 시설이 있다.

이 송유관로를 제공하는 대가로 튀니지에서는 전체 석유소비량의 오분의 일이 넘는 엄청난 원유를 받는다고 한다.

튀니지는 좋은 위치로만 석유가 나는 것과 같은 수익을 얻고 있었다.

그만큼 캡본의 위치는 절묘하고 신기하다. 지중해를 반으로 가르는 위치에 있고 아프리카의 위에 자리잡고 있다. 그 끝에 아틀라스 산맥이 끊기는 곳에 우뚝한 산이 솟아 있으니 더욱 신기할 따름이다. 캡본에서 몰타섬의 위치까지의 바다가 지중해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라고 하는데 1차포에니 전쟁때 승리한 로마의 해군은 돌아가는 길에 풍랑을 만나서 거의 전멸했다. 깊은 바다에서 파도도 심한가보다.

아프리카 대륙이 유럽과 충돌하면서 융기된 곳에는 알프스와 아틀라스 산맥이 만들어지고 그 사이 침하된 부분이 지중해가 된것이란 말을 들었다. 알제리에서 시작된 사하라 아틀라스 산맥(튀니지에서는 하이텔산맥이라고 한다.)이 캡본반도의 등줄기를 흐르다가 이곳 끝에서 멈추는데 바다건너 잠브라와 잠브레타 섬처럼 유독 캡본산만 우뚝하다. 이탈리아의 섬들처럼 화산활동에 의해 이런 지형이 만들어진지도 모르겠다. 정상에 있는 구멍뚫린 바위들이나 북쪽 해변에 로마시대의 대리석 채석장등이 증거가 될 듯하다.

캡봉(Cap Bon)이면 불어로 좋은 곶이란 말인가? 마디아에 캡아프리카도 의미있는 곳이지만 이곳만큼 튀니지의 위치를 잘 설명하는 곳은 없다.

아프리카 북부에 튀어나온 튀니지에서도 튀어나온 캡본의 끝에 드디어 내가 왔다!

 

 

 

 로마시대 채석장

먼저 간 곳은 로마시대의 채석장이다. 캡본을 방문하면 다들 이곳만 들리고 돌아간다.

시가지에서 북쪽으로 언덕을 넘어가면 해변에 로마시대의 채석동굴이 나온다. 하지만 채석동굴은 위험해서 통제하고 있었다.

사진이나 설명에서보면 로마시대에 카르타고를 건설하기위해 이곳에서 채석을 했는데 아래쪽에 있는 돌이 품질이 좋아서 복잡한 동굴모양으로 해안절벽을 파들어갔다고 한다. 아쉽지만 반대쪽 해변에 있는 풀장과 바다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은 차가 없어서 걸었는데 마을까지는 은근히 고개를 넘어야 하고 멀다.

 

 

 캡본 정상  

이제 멀리 보이는 캡본산(시디아비오드 산 393m)의 정상으로 올라간다. 북쪽 바다쪽 사면을 가로지르는 길도 있어서 탐험을 좋아한다면 난파선이 있는 북쪽길로 캡본의 등대까지 가볼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도로를 따라서 정상에 오르는게 목표다.

시내에서 마침 장이 열려 장터골목을 따라 병원이 있는 길로 들어서면 캡본으로 가는 길이 시작된다.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어서 택시로 갈 수 없는지를 물어봤지만 택시는 운행하기를 꺼려한다. 대신 승용차로 올라가는 관광객을 서너 팀 만났다. 군인들조차 잘 걷지 않는 길이지만 주변 풍경이 너무 좋아서 길은 어떻든 상관없었다.

 

 

입구부터 강력하게 제지하는 강아지들을 따돌리고 산으로 오르니 금방 경치가 좋아진다. 중간에는 농사를 짓는 집도 있고 한가로이 소들이 풀을 뜯으며 날 뚫어지게 쳐다본다. 은근히 먼 길이다. 빠른 걸음으로 박쥐 서식지를 지나 올라가니 식물보호구역 안내판이 나온다.

승용차로 온 가족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내가 도착할때쯤 서둘러 올라가 버린다. 이곳에서 북쪽바다쪽으로 내려가서 캡본 아래의 등대로 가는 길이 있는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 길을 통해서 등대까지 가는 것도 좋을것 같다.

 

 

상에 도착하니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도 사람들이 와서 머무는데 지장이 없도록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가족들은 벌써 내려가고 스페인에서 혼자 관광온 사람만이 홀로 앉아서 사진을 찍고 풍경을 감상하고있다.

이런 곳에서는 하루 종일 아니 며칠을 있어도 지겹지가 않겠다. 멀리 아스라하게 하얀 집들이 시디부 사이드의 언덕같다. 워낙 맑은 곳이지만 60km가 넘는 곳인데 이상하다 싶기도 하지만 20km 떨어진 잠브라섬이 가까이 있는것 처럼 보이는 걸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닌듯 싶다. 바다에 구름만 없었으면 800m가 넘는 화산이 있는 이탈리아의 판텔레리아 섬도 보일것이다. 울릉도에서 독도거리 정도인 80km인데 날이 맑으면 높은 곳에서는 독도가 보인다고 하니 분명 보일것이다. 스페인 관광객도 망원경으로 시칠리아쪽을 열심히 보고 있다. 

같은길이지만 내려갈때는 바다를 향해 가는 길이고 적당히 구름이 해를 가려서 발걸음이 가볍다. 맑은 경치를 많이 봐서 눈까지 밝아진것 같다.

캡본(엘 하와리아)에서 산 정상까지는 편도 약 6km쯤 된다. 걷는데만 왕복 3시간정도 걸렸는데 이곳말고도 산 남쪽 바닷가엔 해수욕장도 있고 풍경이 뛰어난 기암들이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께르꾸안 유적지를 못 가본것 보다도 캡본의 등대나 기암을 못본것이 더 아쉽다.

 

 

캡본에서 튀니스로 가는 루아지 기사가 호객을 해서 보니 사람이 너무 없다. 샌드위치를 사먹으며 물어보니 버스가 있다고 한다.

보통은 루아지가 버스보다 조금 비싸지만 이곳은 버스보다 5원이 싸다.(버스비는 5.55디나르) 그리고 사람이 없어도 버스가 출발하기 10분전에 출발한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버스를 타고 튀니스로 오는 길은 튀니지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명소라고 할 수 있는 멋진 길이다.

풍력발전기가 있는 얕은 구릉을 넘어 계속되는 파란 초원을 지나자 우뚝한 산을 돌아넘어간다. 바다를 끼고 돌아가는 길이 동해안의 풍경을 닮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