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사막

사하라에서의 하룻밤

monsieur 2010. 12. 12. 15:34

 

하라에서의 하룻밤을 계획한 것은 2008년 EBS에서 방영한 이동진의 세계테마기행 튀니지편을 보고서다. 물론 그전에도 사막을 간다면 하룻밤의 캠핑을 하고 낙타를 타야겠고 험난한 바위산을 올라가 암각화를 봐야겠다는 꿈을 꾸긴 했었다.
하지만 방송에서 본 튀니지의 사막은 맨발로 걷고 밤에 모닥불을 피워 모래속에서 빵을 구워먹는 좀더 친숙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으로 보였다.
사실 그랬다.
정보가 잘 없긴 했지만 두즈로 가면 사막 체험을 할 수 있고 가까이에 사막도 있었기 때문에 먼저 낙타체험을 하며 두즈에 대해서 익힌 다음 3명이 사막에서의 캠핑을 하러 떠나게 됬다.

 

즈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가 넘어 좀 늦은감이 있었지만 캠핑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루아지 터미널에 도착하자 터미널 바로 옆의 허름한 호텔인 스플랜디드의 주인이 나를 알아보고 부른다. 호텔은 허름하지만 나름 전통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고 방명록에는 그간 다녀간 사람들의 기록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일본 사람의 글은 많았고 한국사람의 글도 두 어개 보인것 같은데 평은 좋지 못한것과 일반적인것이 하나씩이어서 좋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낙타나 사륜구동차를 이용한 1박캠프의 비용이 생각보다 비쌌다. 낙타는 1인당 80디나르 사륜구동차는 1인당 160디나르이다. 사실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생각되었다. 인원이 3명밖에 안되긴 하지만 3명이 16만원씩 이면 48만원인데 호텔에서 하는 패키지도 1박에 보통 80디나르 인점을 생각하면.. 현지에서 그런 가격을 부른다는건 기분상하는 일이다.
또 주인은 사막에 대한 환상을 가진점을 최대한 이용하려는듯 온갖 미사여구로 사하라에선 마음의 평온과 안식을 얻는다고 말하고 자신이 마치 주술사인양 관상감정까지 시도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바가지를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과감히 지금까지의 그의 노력을 뿌리치고 전에 낙타를 탔던 출발지인 까페 부띠끄로 가서 직접 부딛혀 보기로 했다. 그곳에 가면 분명 더 저렴하게 캠핑을 할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택시를 타고 무조건 관광객존으로 가서 까페 부띠끄로 걸었다. 생각과 달리 관광객존입구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길을 지나던 낙타몰이꾼도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씌우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페 부띠끄 근처에 도착했을 때 한 사람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까페안의 테이블에서 전혀 닮지 않은 사람을 형이라며 소개시켜 주었고 그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일단은 가격이 중요했기 때문에 사막에서의 모래빵이 제공되는것을 확인한 후 협상에 들어갔다.
낙타를 타고 1박을 할 경우는 40디나르 사륜구동차의 경우 80디나르였다. 일행중 한 사람이 낙타를 타지 못했기 때문에 사륜구동차를 1인당 60디나르 총 180디나르에 계약을 했다. 비수기이고 시간이 4시가 넘어 해가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양보하기가 쉬웠고 여행사의 사장도 빠르게 계약에 동의했다. 계약서까지 쓰고 나자 더 안심이 되었고 나중에 알았지만 까페 부띠끄 바로 옆에서 사륜오토바이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괜찬은 선택을 한 샘이었다.
공짜로 사륜오토바이로 모래언덕 체험까지 시켜주었으니 말이다.

안그래도 늦은 시간이었지만 음식과 물을 준비한다고 40여분을 기다린 후에 드디어 출발이다.
까페 부띠끄를 지나자 곧 비포장 도로가 시작되고 인가 몇 채가 나왔다. 거기에서 우리의 요리를 해주실 인상좋은 아저씨를 태우고 다시 출발이다.
온통 모래로 가득한 길이었지만 차가 많이 다니는듯 바퀴자국들이 선명했고 반대쪽에서는 간간이 엄청난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사륜구동차들이 두즈쪽으로 지나갔다. 젊은 사장도 신이 났는지 뒤쪽 화물칸에 간신히 매달려있는 아저씨도 아랑곳않고 모래길을 빠른속도로 질주했다. 해는 벌써 빨간색으로 넘어가기 직전이었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서 캠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사막을 열심히 달리는 상상을 했는데 완전실망이다. 걸어도 한 시간이면 올만한 거리같은데 그렇다면 굳이 사륜구동차를 탈 필요도 없는것 아닌가. 갑자기 호텔 스플랜디드 사장의 말이 생각났다. 사륜구동차 가격이 비싼 것은 두즈에서 100킬로미터가 넘게 달리는 먼곳이기 때문이라고.. 100킬로야 뻥이지만 역시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해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해지는 사막의 풍경을 감상하러 나섰다.

 

 

 

프장의 야자수 담장을 넘자 생각보다 괜찮은 모래언덕이 펼쳐진다. 해가 넘어가서 빨간 모래언덕을 따라 걸으며 사막의 풍경을 만끽한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높아보이는 언덕을 올라가 굴러보기도 한다. 크지않은 모래언덕들이 오히려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지는게 진짜 사막을 왔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아직 밝은 기운이 남아있을때 캠프로 돌아왔다. 캠프장은 한쪽에 화장실까지 갖추고 조리실도 있었다. 불어를 거의 못하는 나이든 아저씨는 열심히 요리준비를 하고 있었고 난 당근 껍질 벗기는 것을 도왔다. 사막에서 간단한 음료수와 빵만 먹을 줄 알았는데 저녁 메뉴는 꾸스꾸스 요리다.
꾸스꾸스를 찔 동안 아저씨는 한편에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변변한 나무가 없는 사막이지만 곳곳에 마른 풀과 같은 나뭇가지가 있었고 캠프장 울타리 구실을 하는 야자수 잎이 훌륭한 땔감이 되었다. 마른 야자수 잎은 아주 잘타고 연기도 별로 나지 않아서 아주 좋았다. 날은 어두워졌지만 달이 아주 밝은 날이어서 별은 별로 없다.


불이 활활타오를 즈음에 손님이 찾아왔다. 주변에서 내일 방문할 이탈리아 관광객을 위한 캠프장을 물색하던 중이라는 베두윈족이었다. 베두윈족은 원래 아라비아의 유목민이었는데 유목이 금지된 튀니지에서는 아주 소수만이 살고 있다고 한다. 얼굴도 판판하고 이마에 주름이 있는 베두윈족은 모두 비슷하게 생긴것처럼 보였는데 튀니지인들은 주로 베르베르계 아랍인들이어서 소수의 베두윈족을 멍청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베두윈족은 아랍의 뿌리와 같은 민족이라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베두윈족은 모닥불에서 흥겨운 노래와 춤을 보여주며 뜻밖에 즐거움을 주었다.
요리사 아저씨도 즐거운 춤을 같이 추고 노래에 추임새를 같이 넣으며 아주 즐거운 한때를 보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튀니지의 전통가요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아리랑이 아니고 송대관의 해뜰날 정도 되는 노래였다.

 

베두윈족이 가고 모닥불도 잦아들자 이젠 오늘의 하이라이트 모래로 굽는 빵을 만들 시간이다. 잘 알려진대로 미리 준비해온 밀가루 반죽을 잘 펴서 불씨가 남아있는 재 위에 넣고 다시 모래와 재로 덮어서 약 20분 정도를 놓는다. 그 이후 꺼내서 막대기와 천으로 턴 다음 먹는것이다.
정말로 생각보다 더 고소해서 맛이 있다. 하지만 모래가 씹히는 게 건강에는 좋지 않을듯 하다.
이곳 사람들은 모래바람을 막기위해 낙타처럼 긴 눈썹을 가진것 이외에도 아주 튼튼한 맹장을 가졌을 것이다.
텐트안에는 촛불과 함께 꾸쓰꾸스와 빵을 곁들인 저녁식사가 준비되었다. 꾸스꾸스에도 모래가 조금 씹히기는 했지만 요리때 들어간게 아니고 바람에 날린 모래가 들어간 것이리라.
꾸스꾸스를 싫어 하는 사람도 많지만 남부의 꾸스꾸스는 상당히 맛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나도 싫어하진 않지만 튀니스나 까이로완보다는 남쪽 가베스나 따따윈쪽의 꾸스꾸스가 훨씬 맛이있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훌륭한 저녁 만찬이다.

 

 


막에서의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상당히 늦은 시간이다. 이제 잘시간이 됐지만 좀 아쉬운 마음에  다시 모닥불을 피우고 조금 후에 자기로 했다. 아저씨는 캠프장의 가운데 조금 떨어진 곳 바닥에 메트리스를 깔고 그냥 이불을 덮고 주무신다고 한다. 조용하게 이야기를 하며 불장난을 계속한다.

 

11시가 넘어가고 캠프장의 담장을 뽑기도 지쳐갈 무렵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환한 불빛이 지나간다. 아까 들렸던 베두윈족이 사륜구동차를 몰고 트랙터와 같이 나타났다. 트랙터로 아예 캠프장을 갈아서 만들 생각인가 보다. 베두윈족은 조금 떨어진 곳에 트럭을 세워두고 다시 와서 사막의 밤을 느껴보자고 한다. 우리들은 순순히 따라나섰다. 마침 달도 져버리고 쏟아질듯한 별이 가득한 사막의 밤길을 걸어간다. 달이 있을때는 몰랐지만 사막에서는 별빛만으로도 충분히 길을 찾고 걸을 수 있었다. 추운 날씨라서 전갈이 잠을 자기 때문에 괜찬지만 여름에는 조심해야 한다는 베두윈족은 자신들은 여름에도 맨발로 다녀도 괜찬다고 한다.

 

차가 세워져 있는 곳은 모래가 가득한 곳이어서 캠프장으로 적당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차가 빠져 버렸다. 먼저간 트랙터에 전화를 해서 빠진 차를 꺼낸후 우리를 태워 모래언덕을 넘기 시작한다. 약간 위태하지만 한밤에 트랙터를 따라 모래언덕을 넘는 경험은 돈을 주고도 하기 힘들것 같다. 한 번 더 모래에 빠져 트랙터의 도움을 받은 후 우리를 캠프장에 무사히 데려다 주고 베두윈족과 친구는 떠났다. 밤 12시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다.

 

11월의 추운 사막에 바람도 상당히 불고 있었기 때문에 잠을 자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했다.
침실은 정말 캠프장이다. 바람이 사방으로 통하는 천막에 메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거친 직조로된 이불을 덮는게 다였다. 처음엔 옷을 껴 입고 두 장으로 된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는데 새벽이되자 기온이 2도까지 내려가고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일어나서 주방 건물에 있는 창고에서 이불을 더 가져오는데 요리사 아저씨는 텐트도 안쳐진 마당에서 달랑 이불 하나만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코까지 골면서 주무신다.
이불을 네장씩 덮으니 좀 낫다. 진작 이불을 더 덮었어야 했는데 실수다. 여름만 아니면 사막에서 하룻밤을 자려면 반드시 오리털 파카를 준비해야 할것 같다.

 

 

 

위에 날이 밝아지자 바로 눈이 떠졌다. 어제는 해질무렵의 사하라를 잠깐 봤으니 오늘은 해가뜨는 사하라를 제대로 볼 욕심이 났다. 해가 뜨려면 한 시간 정도는 남았으니 그 동안 최대한 멀리 걸어보았다. 멀리에 가장 높아 보이는 곳을 가면 모래 언덕들을 더 잘 볼 수 있으리라.
모래언덕의 사이사이에는 캐러반이 많이 다녔는지 불 땐 흔적들이 보이고 낙타 발자국도 많이 보였다. 두즈의 까페부띠끄에서도 아주 멀지 않은 곳이니 낙타를 타고 캠프를 온다면 이곳으로 올 것이다. 낙타를 타고 오면 천막을 싣고 온다고 하는데 아마 그래서 밤에 적당한 자리를 물색하러 온 것이리라. 엄청난 단체관광객이면 그냥 무작정 와서는 안될 것이니까.

 

 

 

막의 모래언덕은 모두 다른 높이와 모양을 가졌다. 또 멋진 풍문들도 보이고 쇠똥구리(아니 낙타똥구리)의 발자국도 모래에 선명하다. 언덕을 따라가다 골을 따라가다가 한시간만에 가장 높은 언덕에 도착했다. 그곳의 사막 풍경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먼저 모래언덕은 그곳 근처에서 끝났다. 언덕 아래쪽 서편으로는 모래 언덕이 없는 자갈과 작은 식물들이 있는 황무지와 같은 평지였고 남쪽 멀리 떨어진 곳에는 또다른 모래언덕들이 보였다.
그때까지는 몰랐던 사실이었는데 사막의 모래언덕은 아무곳에만 있는게 아니었다. 바람이 불어가는 방향인 사막의 북동쪽 가장자리에 많이 있을 것 같고 지형이나 바람에 따라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막이 시작되면 어느정도까지는 모래언덕이 계속 되고 다른 지형이 나올줄 알았는데 사막의 관문인 이곳에 와보니 감이 확실히 왔다.  께빌리에서 두즈의 까페부띠끄 앞까지 설치된 모래방호벽처럼 인간이 막지 않는다면 모래언덕은 자꾸 동쪽으로 자리를 옮겨 갈것이다.

 

또 하나 놀란 것은 두즈의 까페부띠끄 앞의 커다란 물탱크가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리 시야가 좋은 사막이라도 한눈에 물탱크가 보인다면 10킬로 미터 내외일 것이다. 걸어도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역시 사막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크사르 길란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두즈에서 60킬로 정도 남동쪽 따따윈의 길목에 있는 크사르 길란은 캠프호텔을 운영하고 있어서 관광코스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인데 역시 많이 가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것 같다.

사막에 대한 신비를 한꺼풀 벗긴듯 의기양양하게 캠프장으로 돌아오는데 모래언덕 사이의 너른 평지에서 캠프설치가 한창이다. 140명이 넘는 이탈리아 단체관광객이 오기 때문에 미리 캠프를 설치한다고 한다.
밤에 두즈로 갔던 여행사 사장도 호객을 하던 가이드와 함께 와서 사막을 즐기고 사진 모델이 되어준다.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어제 먹다 남은 빵과 커피와 주스다.

  

 


돌아가는 길에는 모래언덕을 넘는다. 밤에 우리가 진짜 모래언덕을 넘은 것을 모르는 젊은 사장은 우리가 신났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것 같다.

사막에서의 하룻밤은 누구에게나 자체만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질것이다.
오후 늦게 출발해서 점심전에 돌아온 짧은 일정이었지만 잊지 못할 알차고 즐거운 경험이었다.